수산물 소비 위축도 '가짜뉴스' 탓… 비판언론 주적 삼는 대통령

노지민 기자 2023. 8. 3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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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물가 대책 논의하는 자리에서 "가짜뉴스와 허위선동으로 어려움"…나흘간 매일 '괴담' '선동' 운운
극단적이고 과격한 발언 이어가는 윤석열 대통령 향해 "불필요한 갈등 여지" 지적…총선 악영향 관측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국내 수산업계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가짜뉴스와 허위선동” 탓을 하고 있다.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 원인을 '괴담' '선동' 때문이라 주장하면서 비판적 언론 등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쏟아내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추석물가 대책을 논의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최근 가짜뉴스와 허위 선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산물 업계에 대한 지원 역시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며 “근거 없는 괴담과 선동에는 적극 대응하고, 금년 중 추가로 예비비 800억원을 편성하여 우리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예비비 800억 원은 온누리상품권 환급 확대, 할인행사 및 제로페이 확대 등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2023년 8월29일 민주평통 자문회의 간부위원들을 만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수산물 업계의 어려움은 24일 시작된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오염수 방류의 영항, 방류가 결정되기까지 정부 대응의 문제 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런 우려를 '가짜뉴스' '허위선동' '괴담' '선동' 등으로 싸잡아 비판한 셈이다.

윤 대통령의 '가짜뉴스' '허위선동' 탓은 지난 15일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기점으로 극단화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1일 을지국무회의 땐 “오늘날의 전쟁은 가짜뉴스를 활용한 여론전과 심리전, 테러를 동반한 비정규전,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이버전, 핵 위협을 병행한 정규전 등 모든 전쟁을 혼합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은 개전 초부터 위장평화 공세와 가짜뉴스 유포, 극심한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8월29일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 중인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특히 이번주 들어서는 하루에 한 번 꼴로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가짜뉴스' '괴담'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국회에서 여소야대에다가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 세력들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며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과학이라고 하는 것을 1더하기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세력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날부터다.

다음날인 29일엔 윤 대통령이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이 분단의 현실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 조작, 선전 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으며,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30일엔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소개한 뒤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수치들이 나오면서 가짜뉴스나 괴담이 많이 줄어들고 정치적인 공격이나 이런 것도 많이 힘을 잃는 것 같다”며 “지난달 대통령께서 자갈치 시장을 방문했을 때 '현명한 우리 국민은 괴담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한 바가 있지만 이제 과학의 힘이 발휘되고, 우리 사회의 집단 지성이 힘을 얻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3년 8월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연이은 윤 대통령의 극단적 언행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에서도 비판을 부르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연찬회 발언을 두고 동아일보는 30일 사설(尹 대통령 黨 연찬회 발언 유감)에서 “국정 전반을 책임지고 국민통합을 이끌어야 하는 대통령의 발언은 불필요한 갈등이나 오해의 여지를 남겨선 안 된다”며 “일부 매체의 보도에 불만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전 언론을 겨냥해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문화일보도 같은 날 기사(대통령 연일 강성 발언… 중도층 민심 이탈 우려)에서 “국민의힘 연찬회야 같은 당원들이 모였다고 해도 민주평통 모임에서 '공산주의 맹종세력'이라고 표현한 것은 과하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언론계에선 원전 오염수 관련한 보도 통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협의회(강원, 경인, 광주전남, 대구경북, 대전세종충남, 부울경, 전북, 제주, 충북)는 30일 “대통령실,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이동관이 취임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금도 부족한 지역 언론 지원을 오염수 안전성 홍보과 '가짜뉴스' 단속으로 전환할 기세”라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련된 모든 보도와 콘텐츠에 오직 지역민의 알 권리만을 가치로 삼을 것이다. 이에 대한 어떤 개입과 규제도 우리는 공정보도에 대한 개입이자 통제로 간주하고 그 과정을 낱낱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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