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2023. 8. 3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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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만난 한국형 디스토피아한국에서 아파트 장만은 '꿈' 같은 일이다.

이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 사이의 여러 갈등과 지배 구조, 계급 사회가 한국형 재난물을 성공적으로 완성해냈다.

'집값', '아파트'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계급의 상징, 집단 이기주의, 거대한 디스토피아가 된 콘크리트 왕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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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만난 한국형 디스토피아

한국에서 아파트 장만은 ‘꿈’ 같은 일이다. 이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 사이의 여러 갈등과 지배 구조, 계급 사회가 한국형 재난물을 성공적으로 완성해냈다. 넷플릭스 <지옥>과 <D.P.>의 제작사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의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잡았다는 평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 BH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든다. 강추위까지 덮치자 외부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황궁 아파트를 찾아오고, 그들의 등장은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위협이 된다. 아파트에 발생한 화재를 순식간에 해결하며 주민 대표가 된 ‘영탁’(이병헌)을 중심으로 이들은 자신들만의 생존 규칙을 만든다. 한편 사랑하는 아내 ‘명화’(박보영)와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는 ‘민성’(박서준)은 방범대 대장이 되어 영탁과 연대를 맺으며 서서히 변해 간다. 황궁 아파트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부녀회장 ‘금애’(김선영)는 빠르게 권력의 가장 가까이에 붙고, 반대로 비협조적인 모습으로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킨 ‘도균’(김도윤), 외부에서 황궁 아파트로 살아 돌아온 ‘혜원’(박지후)은 주민들에게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영화 <비상선언>, <남한산성>, <백두산>, <남산의 부장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우리들의 블루스> 이병헌이 황궁 아파트 주민 대표 ‘영탁’으로 분했다. 소시민 같은 인간적인 캐릭터에서 출발, 점점 영향력이 커지면서 변화해가는 영탁의 변화를 디테일하고 치밀한 감정선으로 표현해낸 이병헌은 카리스마 넘치고 천연덕스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입체적인 연기로 이번에도 ‘이병헌이 이병헌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의경 출신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으로 본의 아니게 주민들의 주목을 받게 된 ‘민성’ 역은 영화 <드림>, <사자>, <청년경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등에서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준 박서준이 맡아 카리스마에 서서히 동화되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 민성의 고민과 갈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점차 변해가는 캐릭터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모든 것이 무너진 현실에서도 휴머니즘과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간호사 ‘명화’ 역은 탄탄한 내공을 다져온 배우 박보영이 맡아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부드럽지만 위기의 순간, 강단 있는 눈빛과 표정을 보여주는 명화. 그녀는 영화를 통틀어, 집단 심리나 리더의 카리스마에 동요되지 않은 채 자신만의 기준을 잃지 않는 캐릭터다. 갈등 장면에서 박보영의 카리스마는 영탁 역의 이병헌에게 뒤지지 않는다.
사진 BH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떠올리게 하는 영탁과 주민 자치회의 모습은 후반부 그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고 난 이후에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그 카리스마를 만든 것은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은 영탁의 ‘절박한 지배욕’을 표정과 눈빛 모두로 연기해낸 이병헌. 이와 함께하는 조연 배우들의 활약도 대단하다. 대지진 신과 도시를 뒤덮은 대규모 CG는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하다.
‘집값’, ‘아파트’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계급의 상징, 집단 이기주의, 거대한 디스토피아가 된 콘크리트 왕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다. 추위를 피할 곳도 없는 무너진 도시, 제한된 음식 속에 과연 다 같이 살 방법은 있을까. ‘살아 있으면 사는 거죠 뭐’라는 마지막 대사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러닝타임 130분.
사진 BH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글 최재민 사진 BH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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