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예비엔날레 화려한 막올렸다
'사물의 지도' 주제 57개국 작가 251명 참여
[청주]마침내, '사물의 지도'가 펼쳐졌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가 31일(목) 문화제조창 야외광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45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조직위원장 이범석 청주시장의 개막선언과 함께 화려한 막을 올린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에는 세계 57개국 251작가·팀의 작품 3,000여점이 관람객을 만난다.
올해의 주제는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이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문명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을 위한 물건을 만드는 것을 넘어 공예가 나아가야할 미래 지형도를 그린다.
31일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사전 공개 프레스 투어에 참여한 국내외 언론은 "본전시 등 모든 작품들이 하나하나 정확하게 큐레이션된 서사로 말을 걸어온다"며 "올해의 비엔날레는 청주가 공예라는 장르 위에 쌓아올린 24년의 역사를 체감하고,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화의 손부터 사물의 지도까지 ... 역대 주제가 쌓아온 공예의 서사
세기말, '조화의 손(1999년)'으로 '자연의 숨결(2001년)'을 빚기 시작해 공예의 가장 큰 미덕인 '쓰임(2003년)'으로 세계의 시선을 청주로 '유혹(2005년)'하기 시작한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깊고 느리게 그러나 꾸준한 호흡으로 '창조적 진화(2007년)'를 이루며 인류와의 '만남을 찾아서(2009년)' 탐험을 멈추지 않았고, '유용지물(2011년)'을 넘어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2013년)'으로 삶과의 '확장과 공존(2015년)'을 시도해왔다.
오래도록 가슴에 '품다(2017년)'가 꺼내놓은 '미래와 꿈의 공예(2019년)'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공생의 도구(2021년)'가 됐다. 2023년 우리가 만날 '사물의 지도'는 청주공예비엔날레가 24년 동안 한 켜 한 켜 쌓아온 시간의 지형도이자, 공예가 어떻게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는지 확인하는 특별한 여정이 될 것이다.
◇축제의 서막-청주국제공예공모전 시상식
31일 개최한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개막식의 백미는 단연 '청주국제공예공모전 시상식'이었다. 총 상금 1억 4300만 원, 역대급 규모로 치러진 이번 공모전 시상식에는 총 103명의 파이널리스트 가운데 16인이 참석했다.
기획분야인 공예도시랩에서 영예의 대상은, UVV(김남정, 안희진, 이지성, 최은지)의 '취약한 도시'가 차지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에게 친절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공예적인 대안을 내놓으며 안전하고 심미적인 도시경관을 만드는 데 공예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단숨에 세계 공예계의 이목을 얻은 작품공모 부문 대상작 'The wishes(소원들)'의 고혜정 작가는 이날 시상식 내내 무척이나 상기된 표정이었다. 무려 3000여 개에 달하는 민들레 꽃씨 모양 금속 유닛을 이어붙이는 반복적이면서도 수행적인 작업으로 넉넉한 형태의 항아리를 빚어 올린 고 작가는 "매 순간 매초 마다 불어넣은 간절한 소망과 소원들이 금속임에도 온기를 품게 한 원동력"이라며 "자연의 온기를 머금은 나의 작업이 관람객에게 치유의 시간과 더 나은 삶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작품공모 부분 대상에는 6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고, 각 분야 대상을 비롯한 총 103점의 작품이 비엔날레 기간 동안 관람객을 만난다.
◇ 공예의 지형도를 탐험하는 여정- 본전시
이번 비엔날레는 대지, 생명과 호흡하며 진화해온 '사물'들을 통해 공예의 지형도를 탐험하는 여정이 될 전망이다.
'공예가 인간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천연자원의 남획에 일조해 오지는 않았을까'라는 반성에서 출발한 이번 비엔날레는 '생명애Biophilia'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공예정신이 다섯 가지 서사로 펼쳐진다. 특히 80%에 달하는 본전시 참여작가들이 신작을 내놓았다는 점은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위상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1. 대지와 호흡하며 함께하는 사물들
땅에 묻힌 금속의 변색된 아름다움을 발굴하는 작가 아디 토크부터 원시 식물의 풍경을 테라코타로 빚는 김명진, 도자 넝쿨과 풀꽃으로 정원을 구축하는 작가 다카하시 하루키까지, 국적도 작품세계도 모두 다르지만 첫 번째 서사에 함께한 작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대지와 호흡하고 마주하는 관찰자'들이라는 점이다. 이 땅위에 살아가며 마주치는 모든 생명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그 시간을 통해 우러나온 경외심. 어쩌면 이 작가들이야말로 '대지와 호흡하며 함께하는 사물들'이 아닐까.
△2. 인간-자연-사물을 연결하는 문화적 유전자와 맥락들
공예는 인류의 태초부터 함께 해 온 장르지만 대대로 이어진 가업과 지역, 문명권마다 각기 다른 유전자를 갖게 됐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전돼 왔다.
그럼에도 인간의 생로병사, 그리고 의식주와 가장 밀접한 예술이기에 공예는 전통과 현대를 잇고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특별한 존재가 됐다. 아름다운 삶만큼이나 중요한 아름다운 죽음을 공예적인 장례문화로 담아낸 테마 공간은 공예의 이런 유전자와 맥락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3. 손, 도구, 기계, 디지털의 하이브리드 제작방식과 기술들
30kg의 은을 오로지 두드림만으로 단조한 원시적인 작업부터 수학적 규칙의 아름다움을 3D도자로 구현해낸 작품까지 극과 극의 제작방식과 기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세 번째 서사의 특이점은 '기록'이라는 문명을 만들어낸 연금술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각자장부터 벼루장, 활자장, 필장과 배첩장까지, '직지'라는 인류가 창조해낸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을 태동한 청주의 공예적 DNA에 관한 헌사가 특별전시공간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4. 생태적 올바름을 위한 공예가들의 실천들
어쩌면 네 번째 서사야 말로, 이번 비엔날레가 전하고 싶은 진심인지도 모르겠다. 산업 폐기물로만 치부되던 구리 조각과 덩어리를 아름다운 가구와 소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 스튜디오 더스댓, 버려진 플라스틱 로프와 어망을 수집해 지역의 직공들과 협업해 타피스트리로 제작하는 아리 바유아지, 해진 옷과 버려지는 사물을 수선해 정서적인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실리아 핌, 동물 실험 반대와 친환경 캠페인을 실천하는 기업 '러쉬LUSH'까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아니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공예에게도 유효하다.
△5. 생명사랑의 그물망에서 지속되는 희망들
공예가들의 올바른 생태적 실천이 있기에, 우리는 다시 희망을 발견하고 품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청주에서 나고 자랐고, 또 생을 다한 팽나무로 제작된 유르겐 베이 작가의 벤치부터 죽은 생명체를 표본화해 맑고 투영한 유리 속에 오래도록 살게 한 양유완 작가의 작품까지, 공예는 인간과 자연, 사물을 사랑으로 잇고 새로운 생명사랑의 그물망을 만드는 '사물의 지도'다.
강재영 예술감독은 "비엔날레 주전시장인 문화제조창 본관 1층에 들어서면서부터 처음 마주하게 되는 류종대 작가의 디지털 크래프트 작품부터 엄청난 스케일로 시선을 압도하는 황란 작가의 대형 섬유작품을 지나 마지막에 만나게 될 오마스페이스의 몰입적인 음향 공예작품까지, 본전시장의 모든 작품이 대표작이자 추천작"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며,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국내와 해외작가를 막론하고 이번 주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작업 세계를 선보이는 작가들이 21세기 공예와 함께 던지는 메시지에 귀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전문가부터 어린이 관객까지 모두에게 'YES!'- 열린 비엔날레
세상은 넓고 비엔날레는 많지만 전문가부터 일반 관람객까지, 또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주인공으로 뛰어들 수 있는 비엔날레가 몇이나 될까. 코로나 엔데믹 이후 첫 비엔날레답게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그 어느 때보다 열린 비엔날레를 지향한다.
국내외 공예 관련 석학들의 담론의 장 '크라프트 서밋'과 7개국 13작가‧팀이 진행하는 '국제공예워크숍'부터 어린 시절 공예비엔날레를 보며 자란 일명 '비엔날레 키즈'들이 구현한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공간에서 '조물조물 두둥 탁!' 공예를 체험하는 '어린이 비엔날레'까지 남녀노소 세대불문 모두에게 'YES'인 곳. 여기에 전시, 공연, 마켓, 워크숍과 토크콘서트가 지루할 틈 없이 릴레이로 펼쳐지는 '어마어마 페스티벌'이 더해진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와 함께라면 12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문화제조창이 좁고 45일이라는 여정이 짧게 느껴질 것이다.
◇ 슬기로운 공예비엔날레 생활 – AI 오디오 가이드, 도슨트
아는 만큼 보이는 법.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를 슬기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들도 준비돼 있다. 바로 AI 오디오 가이드와 대화형 인공지능(챗 GPT) 서비스, 그리고 도슨트 프로그램이다.
마치 사물의 지도를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처럼 전시장내 주요 작품과 작가의 작업세계를 친절하고도 세세하게 안내해주는 AI 오디오 가이드는 리플릿과 가이드북에서 언제 어디서든 QR코드로 접속할 수 있다.
본전시와 청주국제공예공모전, 초대국가전 등 대표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답변해주는 대화형 인공지능(챗 GPT) 서비스는 문화제조창 본관 3층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문적인 전시 가이드와 함께 깊이 있게 비엔날레를 돌아보고 싶다면, 도슨트 프로그램이 제격이다. 매일 10시, 11시, 14시, 15시, 16시 총 5차례 사전예약으로 운영하며 회당 20명까지 함께할 수 있다.
조직위원장 이범석 청주시장은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K-컬처"라며 "인류의 태동부터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해왔던 '공예'의 가치와 무궁무진한 확장성, 그리고 감동을 K-컬처의 중심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초대의 말을 전했다.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K-컬처 이벤트 100선에도 꼽힌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는 9월의 첫날 정식 개장해 10월 15일까지 45일간의 여정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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