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어디 없나요?"…막차 찾는 대출자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명 '반백년 주담대'로 불린 이 상품은 최근 부동산 반등장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우회수단'으로 떠오르면서 두 달 만에 2조원 이상 급증하는 등 인기를 모았다.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이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고, 금융사들도 판매를 중단하거나 대출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수협, 카카오뱅크, 경남은행, 농협 등이 50년 주담대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지하거나 연령 제한을 뒀다. 가장 먼저 '반백년' 주담대를 선보인 수협은행이 지난 24일부터 나이 제한을 뒀고, 카카오뱅크도 지난 25일부터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경남은행은 지난 28일부터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농협은행도 '2조원 한도 소진'을 내세워 31일부로 판매를 중단했다. 50년 만기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던 은행과 보험사도 잇달아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현행 50년 주담대 가입 제한은 '만 34세 이하'다. 금융당국이 직접 제동을 건 것은 아니지만, 금융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만 34세 이하를 대출 조건으로 두고 있다. 은행권보다 늦게 50년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 보험업계는 아예 처음부터 만 34세 이하 제한을 뒀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은행권 상품에 나이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보험사 주담대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당국이 보험업계 대출 현황도 점검한다는데, 의미 있는 실적이 없어 보험사들은 별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이 지난 1월 50년 주담대를 처음 내놨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8월 판매하기 시작했다.
50년 주담대가 논란이 된 것은 증가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24일 기준 2조8867억원으로 7월 말(8657억원)보다 2조210억원 급증했다. '막히기 전에 대출받자'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불과 일주일 새 1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당국 규제 발표를 앞두고 대출 수요자들은 아직 나이 제한이 없이 50년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찾아 헤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는 '평생 갚으라는 거냐'는 식의 부정적 여론도 있었지만, 지금은 '받을 수 있다면 무조건 받고 보자'는 분위기"라며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는 은행들이 증가하면서 왜 나이 가지고 차별하느냐며 항의하는 중장년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도 "50년 만기라 해도 주담대를 50년간 계속 갚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대개 중간에 갈아타거나 매도하기 때문에 실제 사례로 보면 7~8년이면 상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나이 제한은 과도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당국도 직접 나이 제한을 걸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세를 그대로 둘 수 없는 만큼 대출액을 늘리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50년 약정 만기를 유지하되 DSR 산출 만기를 30년이나 40년으로 축소해 대출 한도를 억제하는 방법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산정만기 축소'다.
연봉이 7000만원인 직장인의 대출한도를 예로 들면 50년 만기 시 약 5억6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다른 대출이 없고 금리 연 4.5%, DSR 40%를 적용한 계산이다. 그런데 산정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하면 약 5억2000만원으로 4000만원이 줄어들고, 30년으로 설정하면 1억원이나 감소한다.
당국은 장기적으로 DSR 계산식에 변화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50년 만기 상품뿐만 아니라 모든 주담대가 상환능력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DSR 산식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국은 주요 은행과 보험사 50년 주담대 현황 조사와 의견 청취를 거쳐 곧 관련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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