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금융’이 부동산 대출 늘리다 건전성 악화···새마을금고, ‘기업대출’ 줄인다
올 상반기 새마을 금고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 금융’을 표방하면서도 부동산 대출에 집중했던 게 화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하반기 지표는 개선될 것으로 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대출 비중을 줄이고 대출 심사를 강화해 연체율 관리에 나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31일 전국 1293개 새마을금고의 2023년도 상반기 잠정 영업실적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금고의 총 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29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3%(6조5000억원) 증가했고, 총수신은 259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2%(8조원) 증가했다.
총자산과 총수신은 늘었지만 건전성지표는 악화됐다. 대출 연체율의 경우 5.41%로 지난해 말보다 1.82% 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보다 2.73%포인트 상승해 8.34%까지 치솟은 게 주된 원인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1.57%로 지난해 말에 비해 0.42% 포인트 올랐다.
대출 연체가 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었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집계 결과 오히려 1236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으로 예금에 대한 이자 부담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이는 부실채권에 대한 내성도 약화시켰다. 지난 6월 기준 금고의 순자본비율은 8.29%로 지난해 말보다 0.27%포인트 하락했다. 순자본비율은 부실채권 중 자기자본(출자금 제외)으로 감당할 수 있는 비율이다. 다만 행안부는 최소규제비율(4.00% 이상)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금고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건 최근 수년간 금고가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저금리와 부동산 활황을 틈 타 수익 극대화를 노리고 기업대출(부동산 담보, 관리형토지신탁 대출 등)을 늘렸다. 지난 6월 기준 총대출 196조5000억원 중 가계 대출은 85조1000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기업대출은 111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에서 연체율이 뛰기 시작했고, 금리가 오르면서 예금에 대한 이자 부담도 늘어났다.
특히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을 늘리던 과정에서 대출 심사도 느슨했던 탓에 연체율이 다른 상호금융권보다 3배 가량 높게 치솟았다. 부실 우려가 불거졌고, 4월부터 3개월 간 17조원에 달하는 예금이 한꺼번에 이탈했다. ‘뱅크런’ 직전까지 내몰렸다. 결국 ‘협동조합이 모태가 된 서민 금융’임에도, 서민이 아닌 부동산에 대출을 집중하다 화를 당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행안부와 금융당국은 하반기에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6월까지는 당기순이익이 손실을 기록했지만 7월 들어 흑자(247억원 이익)로 전환됐고, 연체율 증가세도 둔화됐다는 것이다.
이탈했던 예금액 17조원 중 상당수가 다시 돌아오고 신규 예금도 늘어 총수신 규모도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또 연체율 상승이 건전성 지표를 악화시켰지만, 연체된 대출 상당 부분은 담보가 설정된 선순위 채권이라 대출금 회수에 문제는 없다고 했다. 예금자들이 예금을 떼일 일은 없다는 것이다.
행안부와 금융당국은 금고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기업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자산이 적은 소형 금고의 경우 단독으로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을 못하게 할 방침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개입하는 경우에 한 해 대출을 허용한다. 이를 통해 연체율이 5%대를 넘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부실채권 중 3조원 어치를 매각할 방침이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도 늘리기로 했다. 또 반기 별로 실적을 공개하는 다른 상호금융기관들처럼 새마을금고도 앞으로 6개월 단위로 실적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행안부는 밝혔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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