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中 밀착 경계…美, 엔비디아 AI반도체 중동수출 통제(종합)
기술이전 원천봉쇄…경쟁사 AMD AI 반도체도 통제 대상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이도연 기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가 인공지능(AI)용 반도체를 중국뿐 아니라 중동 일부 국가에 수출하는 것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엔비디아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보고서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2024 회계연도 2분기에 미국 정부는 우리에게 중동에 있는 일부 국가를 포함해 특정 고객과 다른 지역에 A100 및 H100 제품군을 판매하려면 추가로 허가받을 필요가 있다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보고서에서 중동의 어느 국가가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명시하지는 않았다.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도 미국 정부로부터 비슷한 제한이 담긴 서한을 받았다고 소식통이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분기에 기록한 매출 135억달러의 대부분을 미국, 중국, 대만에서 올렸으며 나머지 국가에 대한 판매는 전체 매출의 13.9%로 집계됐다.
중동 매출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새 허가 규정이 매출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AMD의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제한은 첨단 반도체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반도체 칩이 중동을 통해 중국으로 판매되는 것을 막고 중동 단체들과 중국 기업들이 연결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작년 10월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AI,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사우디와 UAE는 모두 중국과 AI 협력 강화를 논의했으며 수천개의 엔비디아 반도체를 주문한 바 있다. 사우디는 엔비디아의 H100 최소 3천개를 주문해 오픈 AI의 GPT-4와 비슷한 생성형 AI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UAE도 엔비디아로부터 수천개의 칩을 확보했고, 이미 자체 오픈소스 대형 언어 모델인 '팔콘'을 개발했다.
지난해 사우디와 중국은 AI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자는 내용을 담은 전략적 파트너십에 서명했다.
또 사우디 내 연구기관인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Kaust)에 중국 연구자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전에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잠재적 '환적 지점'으로 UAE를 꼽은 바 있다.
중동 국가 중 이란과 시리아로의 반도체 수출은 이미 제재로 막혀있다.
한 미국 무역 분야의 선임 변호사는 "중동에서 중국으로 (반도체가)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자국 내 AI 반도체 부족으로 해외에서 AI 시스템을 개발하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은 중국으로 반도체 칩이 수출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이 중국 밖에서 AI 소프트웨어를 훈련해 중국으로 들여올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로 A100과 H100 반도체의 대중 수출에 제동이 걸리자 기존 보다는 성능이 다소 낮지만 수출 규제에는 걸리지 않는 A800 칩을 대(對)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해 생산해 왔다.
기존 A100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초당 600기가바이트(GB)인데 A800은 초당 400GB로 낮다.
엔비디아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AMD은 엔비디아의 경쟁사로, 최근 새로운 AI '슈퍼칩'의 생산을 4분기부터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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