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제련' 고려아연 손잡은 현대차…"결국 배터리도 해야지" 이생각

박주평 기자 2023. 8. 3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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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억 들여 고려아연 지분 5% 인수…고려아연, 투자금으로 니켈제련소 건설
원자재 수요 증가·가격 경쟁력…내재화 유인 높아져
김흥수 현대차그룹 GSO(Global Strategy Office) 담당 부사장(왼쪽)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타워에서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2023.8.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국내 1위 비철금속 제련업체인 고려아연(010130) 지분 5%를 인수하면서 동맹을 맺었다. 장기적으로 전기차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배터리 내재화'를 겨냥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000270)·현대모비스(012330)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 'HMG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5%(104만5430주)를 주당 50만4333원, 총 5272억원에 인수하고 고려아연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중요도 높아지는 니켈…안정적 공급망이 곧 경쟁력

고려아연은 현대차의 투자금을 기반으로 연간 생산능력 4만2600톤으로 예상되는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울산에 건설해 오는 2026년부터 니켈을 공급할 예정이고, 현대차는 이를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지급 규정을 충족하는 니켈을 확보하게 된다.

IRA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나라에서 생산한 배터리 재료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한다.

IRA 규정이 아니라도 배터리 산업에서 니켈의 중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구성 요소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전해질)인데, 리튬과 금속 성분의 조합으로 이뤄지는 양극재가 가장 중요한 소재다.

어느 원소를 어떤 비율로 조합하느냐에 따라 양극재의 에너지 밀도, 가격 등이 달라지는데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의 경우 니켈 비중을 높이면 동일한 크기의 배터리에 용량을 증대시켜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니켈 비중을 늘린 '하이 니켈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그에 따른 니켈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 가격의 절반 가까이를 배터리가 차지하고, 배터리 가격은 원자재 가격에 변동하는 만큼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가 곧 경쟁력과 직결되는 셈이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6월 발표한 중장기 전동화 전략 '현대 모터웨이'에서 구체적인 배터리 개발 역량 확보 및 소재 수급 안정화 계획을 밝혔다.

◇2030년 '전기차 톱3' 천명한 현대차…궁극 목표는 '배터리 내재화'

현대 모터웨이는 2032년까지 10년간 총 109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재무 계획 가운데 33%에 해당되는 35조8000억원을 전동화 관련 투자비로 책정함으로써 2030년에는 순수 전기차 364만대를 생산해 '글로벌 톱3'에 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전동화 관련 투자비 중 9조5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성능 향상 및 차세대 배터리 선행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남양연구소에 배터리 개발 전문 조직을 구성해 배터리 시스템, 차세대 배터리 등 기능별 전담 조직을 마련했고, 서울대 관악캠퍼스에도 '현대차그룹-서울대학교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개관했다.

또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각각 북미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을 결정했다. 해당 법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의 전기차는 IRA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런 투자를 통해 현대차가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배터리 내재화로 전망된다.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완성차에 탑재한다면 비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일정 물량을 내재화한다면 배터리 업체와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현대차는 올해 출시한 디 올 뉴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에 최초로 자체 제작한 배터리를 탑재했다.

전기차 업계 1위 테슬라도 배터리 내재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 등에서 배터리 완성품을 납품받으면서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과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는 4680 배터리를 자체 생산 중이다.

테슬라는 올해 원활한 원자재 수급을 위해 국내 배터리소재업체 엘엔에프와 3조8000억 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엘앤에프가 니켈 함량 80% 이상인 프리미엄 하이니켈 양극재 7만7000톤을 내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테슬라에 공급하는 내용이다.

현대차가 추후 자체 배터리를 생산한다면 동맹을 맺은 고려아연으로부터 직접 니켈을 수급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 가격이 고정된 상황에서 원자재가 변동에 따른 배터리 가격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당장 배터리 양산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더라도 원자재 확보가 시급하다는 걸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고려아연과의 니켈 협력을 비롯해 리튬 등 나머지 전기차 배터리 핵심전략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타 글로벌 원소재 기업과의 다양한 협력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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