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돌연한 '무기한 단식' 승부수는 무엇을 노렸나

2023. 8. 3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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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체포동의안 동정표 유도? '사퇴론' 돌파구 될까…비명계 "구속 피하기 위한 몸부림"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중 체포동의안 표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기한 단식'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 대표 사법리스크로 인해 대여 투쟁 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단식을 통해 대정부 투쟁의 기폭제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결국 거듭되는 사퇴 요구에 굴하지 않고 당을 계속 이끌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3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국회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이, 국민의 삶이 이렇게 무너진 데에는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 사퇴하라, 퇴진하라' 하는 목소리가 국민들 사이에 많다"며 "사퇴해야 하나. 사퇴를 고민한다고 공식적으로 말하는 게 맞느냐"며 당내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李 "북한에서도 김정은 물러가란 사람 없겠나" 사퇴론 일축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규탄하며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국민의 삶이 이렇게 무너진 데는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 책임을 조금이나마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단식 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단식이 검찰 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질문에는 "단식을 한다고 해서 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주어진 역할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 역시 전혀 지장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식 종료 조건이 3대 요구사항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단식을 하는 데 조건을 붙이는 게 아니라 최근 국민들이 겪고 계신 절망감, 현실적 어려움들, 이에 공감하고 함께한다는 뜻"이라며 "국민이 아파할 때 병원에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함께 고통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단식이 당내 사퇴론을 일축하기 위한 카드냐'는 물음에는 "다수가 모인 정치 집단 내에서는 언제든지 다른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일부의 그런 의견이나 지적이 있다고 해서 이게 갈등인 것처럼 보는 것은 오히려 정당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며 연결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제일 궁금해 할 이모(이상민) 의원과도 얼마 전 점심을 한번 했다"며 "제가 싫어서 그만뒀으면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없겠나. 북한 체제에서도 김정은 물러났으면 하는 사람이 없겠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 데 따라, 체포동의안 표결시 의원들에게 가결 투표를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체포동의안을 자꾸 말씀하시는데 여러분은 이게 구속할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냐"고 반문하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개발허가 내주면 개발사업에 참여해서 개발사업 이익을 환수하라는 의무조항이 있느냐"며 "대한민국이 사회주의 국가인가. 이재명이 하는 일에 대해서만 검찰은 갑자기 공산주의자가 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서도 "도지사가 무엇이 아쉬워 방북해서 사진 한 번 찍겠다고 조직폭력배 출신의 믿을 수 없는 사업가를 생면부지인데 수십억을 부탁하고, 그 사람은 뭘 믿고 수백억을 내준다고 하나. 이런 걸 가지고 영장 청구를 한다? 그런 가정 자체에 의심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이른바 본인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내용적으로 이처럼 구체적인 언급을 직접 내놓은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지지율이 부진하다는 지적에는 "헌정 역사에서 대선에서 진 정치세력이 집권 세력보다 (지지율이) 높았던 사례가 있는지 한번 살펴봐 달라"며 "자부할 일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재명만으로는 안 되지만 이재명이 없어서도 안 된다'는 표현이 당내에 돌고 있다는 질문에는 "모든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분담해서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누가 있으면 되고, 누가 없으면 안 되고라는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고 백짓장도 맞드는 심정으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퇴행을 막고 또 대한민국의 전진을 담보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단 한 석이라도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김남국 무소속 의원 제명안 부결과 관련해 사전에 어떤 의견을 제시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은 국민에 대해서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언제나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판단하고 또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저도 인정한다"며 "윤리특위와 국회의 처분 문제는 각각 위원회가 구성돼있기 때문에 국회 각 위원회와 국회 총의에 맡기는 게 맞겠다고 생각한다"고만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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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곧바로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단식 농성장으로 향했다. 공식 일정이 없는 한 이 대표는 농성장을 지킬 예정이다. 농성장 곳곳에는 '무너지는 민주주의, 다시 세우겠습니다", "이념보다 민생! 갈등보다 통합! 사익보다 국익!"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이날 오후 1시부터 본격 단식에 돌입한 이 대표를 위해 정청래·고민정·박찬대 등 최고위원들과 조정식 사무총장은 격려차 농성장을 찾아 함께 자리를 지켰다.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 선언은 전날 밤 긴급하게 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가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자신의 결심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민주주의 파괴, 민생 파괴가 너무 심각하다며 단식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출구 전략은 없다. 말 그대로 목숨 걸고 끝까지 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회의 분위기에 대해선 "저는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다"면서 "이런저런 의견이 있지만 대표님이 어려운 결정을 하신 만큼 존중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이 최고위원은 전했다.

그는 이 대표의 결심에 당내 사퇴론을 잠재우기 위한 판단이 일부 있었는지에 대해선 "사퇴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고 일축했다. 최고위원 등 지도부 동조 단식 여부에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이번 단식 선언 이전부터 이 대표는 장외 투쟁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 일원인 모 의원은 "균형추가 저쪽(정부 여당)에 좀 더 기울어져있다고 생각해 더 각을 세워야 한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정부 여당 이슈가 자신의 사법리스크로 희석되는 데 대한 돌파구 차원에서 장외 투쟁을 강조했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개최 예정이었던 '1특검 4국조 촉구대회'도 1박2일로 개최하는 방안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내 지도부가 반대해 당일 대회로 일정을 줄였고, 그마저도 윤 대통령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별세 소식에 무기한 연기했다.

비(非)이재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갑작스런 단식 선언을 두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명계 한 의원은 "왜 단식을 해야 하는지 국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것인가. 그리고 목표가 무엇인지도 분명치 않다"면서 "그저 구속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날 마침 비명계 토론 모임인 '민주당의 길'은 '민심'을 주제로 발제 및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의길은 지난 24일 모임에서 '내로남불'이 민주당의 극복 과제라며, 올해 안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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