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부실시공으로 들켜버린 한국 사회의 ‘민낯’

이미호 기자 2023. 8. 3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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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누락'은 인천 검단 아파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철근누락으로 촉발된 '부실시공 사태'는 제도와 의식의 선진화가 함께 이뤄져야 사라질 수 있다.

발주처는 원가절감에 급급해 현장에 '빠른 시공'을 강요하고, 설계사는 적정성 검토와 크로스체크를 등한시하고, 시공사는 "현장은 하청업체가 관리"한다며 억울함을 표하고, 전관예우로 선발된 감리는 감시에 소홀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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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누락’은 인천 검단 아파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파주 운정, 남양주 별내, 아산 탕정, 양주 회천... 명단이 공개 될 때마다 누군가에겐 불안감이, 누군가에겐 안도감이 교차했다. 마치 지뢰를 피해 지뢰밭을 하나씩 여는 게임 같았다. 별 생각 없이 살고 있는 ‘내 집’이 알고보니 부실공사 아파트였다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이 돌아왔다. “2023년 대한민국에서 말이 되는 얘기냐.”

우리나라는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사실 국민들은 그보다 한참 전부터 선진국에 가까워졌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굳이 1인당 국민소득과 국가경제 규모라는 수치상 지표를 들지 않더라도, 2000년을 넘어서면서 교육수준, 의료, 문화, 체육, 삶의 질 등에서 변화를 체감했다.

그런데 부실 공사라니, 인명 사고가 없었음에도 강한 어조로 철퇴를 가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때론 야속함도 느끼겠지만 건설업계는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적어도 건설업계의 선진화는 멀었다’는 현실 인식과 자괴감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철근누락으로 촉발된 ‘부실시공 사태’는 제도와 의식의 선진화가 함께 이뤄져야 사라질 수 있다. 제도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발주→설계→시공→감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단계별로 촘촘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특히 ‘마지막 관문’인 감리는 매우 중요하다. 국토부는 감리 기능 강화를 위해 별도 감독기구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처럼 현장 점검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것이 절실한데, 그렇다고 감리만 강화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저가 입찰과 전관예우 문제를 근절하는 방안도 함께 따라가줘야 한다. 설계 측면에서는 미국의 ‘샵 드로잉(Shop drawing)’ 도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샵 드로잉은 단순 도면이 아닌 보다 세밀하고 정교한 설계상세도를 말한다. 공사 현장에서 쓰는 허가 도면에는 서로 겹치거나 간섭되는 부분 등이 상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현장에선 허가 도면 하나 보고 시공하고, 나머지 부분은 경험에 의존해 구두로 이뤄진다. 만약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은 인력이 시공한다면? 현장경험이 많은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3D 도면이 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의식의 선진화를 달성하는 것은 더 어렵다. 각자의 책임감과 윤리·도덕성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발주처는 원가절감에 급급해 현장에 ‘빠른 시공’을 강요하고, 설계사는 적정성 검토와 크로스체크를 등한시하고, 시공사는 “현장은 하청업체가 관리”한다며 억울함을 표하고, 전관예우로 선발된 감리는 감시에 소홀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 책임 있는 건축허가 및 감독행정을 펼쳐야 한다. 도급계약 주문자(건축주)는 내실 있는 건축을 위해 불법도급과 속도전을 지양해야 한다. 설계사는 정확하게 도면 설계를 하고, 시공사는 도면대로 정밀 시공을 해야 한다.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하게 잘 짜여 있다 해도 의식과 의지가 따라가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총체적으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체 시스템을 조망하면서 종합적 진단과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 건설업계도 꼭 선진화 반열에 오를 수 있길 희망한다.

이미호 부동산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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