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별법, 야당 단독으로 행안위 통과···여당은 표결 거부

이두리 기자 2023. 8. 3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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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12월 본회의 상정될 듯
김교흥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3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31일 전체회의을 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단체 퇴장했다.

법안은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하고 특별검사(특검)가 필요할 경우 특검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특조위는 국회의장 추천 1명, 여야 추천 각각 4명씩, 유가족 단체 추천 2명을 포함해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여당은 이날 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전체회의 일정에 합의하지 않았다는 점, 특조위가 편파적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법안 처리에 반대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특조위 11명 구성이 (여당 대 야당) 4대 7로 구성할 수 있게 해놨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장 추천 1명, 유가족 단체 추천 2명이 사실상 야당 몫이라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 참사는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몰려 난 사고로 그 원인이 간단하다”며 “우리 국민은 사고에 대한 의혹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에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인이 간단한데 왜 못 막았나”라며 “(참사 당일) 10만 넘는 인파가 운집한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112 신고가 빗발쳤는데 원인이 간단하다고 말할 수 있나”라고 반박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것과 달리 특별법 관련 국회 논의에 파행과 불참으로 일관했다”며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려는 모습이 재연됐다”고 말했다.

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전체회의 종료 후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전날 특별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열린 행안위 안건조정위원회(안조위)에도 불참했다. 안조위에서 야당은 법안에서 피해자로 인정하는 범위가 너무 넓다는 여당의 의견을 일부 수용했다. 수정안에서는 피해자는 희생자의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로 한정하며 단순 거주·체류자는 배제하는 등 피해자 범위를 기존 안보다 축소했다. 또한 피해자 배·보상과 관련해선 법적 근거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보다는 선언적 문구를 반영했다.

특별법은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 4당의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상임위 180일 이내→법사위 90일 이내→본회의 60일 이내 상정’ 단계를 밟아 최종 처리까지 최장 330일(11개월)이 소요된다. 상임위를 통과한 특별법은 늦어도 오는 12월에는 본회의에 오르게 된다.

본회의에서 다수당인 야당 주도로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이미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제정안이 ‘야당 단독 처리 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최종 부결된 바 있다. 9월 정기국회에서는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처리가 예정돼 있다. 여야 간 경색 국면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를 참관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특별법이 의결된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은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희생자를 추모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며 “앞으로 열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도 심의와 표결에 동참해 참사 1주기가 되기 전에 특별법을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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