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경제 살리기 나선 중국... “반전 어려울 것” 지적도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8. 3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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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한 중국인이 중국공상은행 지점 옆을 지나가고 있다./EPA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경제 악화 속에 부동산 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민간 기업 지원을 늘리고, 증시를 활성화하는 등 종합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경제를 지탱하던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금융권·지방 정부 등 전방위로 번지자 부랴부랴 조치를 취한 것이다.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집계됐다. 중국 실물 경기 지표인 PMI가 5개월 연속 50 이하로 떨어지며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30일 중국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에 속하는 광저우·선전은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력이 있더라도 ‘생애 첫 주택’ 구매에 적용되는 계약금·이자 우대 조건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향후 베이징·상하이를 포함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이 조치가 시행되면 부동산 수요가 늘고 집값 하락 방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5일,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인민은행·금융감독관리총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개인 주택담보대출 기준’ 지침을 발표했다.

중국 국영은행 일부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29일 보도했다. 중국의 주택담보대출 전체 규모는 38조6000억 위안(약 7000조원)에 이른다.

돈줄이 마른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금융 규제 당국은 대출 기관, 기업 등과 회의를 열고 은행들의 민간 기업 대출 확대를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는 상하이·선전 증권거래소와 중국 국유은행 등이 참석했다. 중국 은행들은 지금껏 ‘우량 고객’인 국유기업들에게는 3%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줬지만, 민간기업들에게는 7%가 넘는 금리로 돈을 빌려주거나 아예 대출을 승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증시 부양과 금융권 구조조정에도 나섰다. 중국 재정부는 28일부터 주식거래 인지세를 기존 0.1%의 절반으로 인하했다. 중국의 주식거래 인지세 인하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림자 금융(비은행 금융기관)’ 위기에도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최근 국영 금융회사 두 곳에 현금 상환 불능에 빠진 중룽국제신탁의 회계 장부를 조사하고 운영 안정화 작업을 주도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지방정부 지원과 인프라 사업 확대도 추진 중이다. 2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 배정한 지방특별채 발행 한도(약 689조원)를 9월 말까지 소진하라고 최근 지시했다. 지방특별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주로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쓰이는데, 중앙정부가 특별채 추가분을 제공할 것이라고 신호를 준 것이다. 지난 21일에는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 부채 상환을 돕기 위해 1조5000억 위안(약 275조원)의 특별 융자채권 발행을 허용했다.

탈중국 우려가 커진 중국 내 외국계 기업과 자본에도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8일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주재원들이 자국 본사에서 지원 받는 주택임차료·자녀교육비 등 보조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4년 연장됐다.

그러나 중국의 잇따른 경제 부양 조치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투자은행 에버코어ISI의 네오 왕 매니징디렉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내놓은 4조 위안(약 725조원) 규모 부양책 수준의 대포를 쏘지 않는다면 (경제 회복의) 반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 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이념이 중국의 경제 정책을 주도하게 되면서 지도부가 거침없는 경제 부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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