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아나운서 정영한 "의아함은 그들의 몫, 난 나답게" [인터뷰M]

백승훈 2023. 8. 3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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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함은 그들의 몫, 난 나다운 걸 하자'. 제 인생의 한 줄 모토가 되는 문장입니다. 응원하는 사람이 안 좋게 보는 사람보다 많다면, 더 성실하게 해서 인정을 받는 걸 목표로 했어요."

iMBC 연예뉴스 사진

곧은 자세와 바른 목소리, 흔들림 없는 모습. 정영한은 아나운서 하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그렇다고 그가 진중한 면모가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재기발랄한 Z세대 아나운서로 화제를 모았지만, 아나운서로서의 포부와 직업관은 여느 동료들 못지않았다.

최근 정영한 아나운서는 iMBC연예와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영한은 지난 2021년 MBC에 입사한 신입 아나운서. 1996년생인 그는 현직 지상파 최연소 남자 아나운서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MBC '뉴스투데이'의 '문화연예플러스' 코너에서 '뉴스에서 춤추는 아나운서' 타이틀을 얻으며 화제를 모았다.

"'문화연예플러스'를 맡기 전, 보도국에서 'Z세대인데 뭐 새로운 것 없냐'고 물으시더라. 과감하게 면접 보듯 이야기했다. '나도 그렇고, 요즘 친구들 아침 뉴스 안 본다'고. 근데 그렇게 까기만 해서는 안되지 않나. 'MBC뉴스가 타 회사보다 더 변화에 적극적이고, 신선하고 세련된 감각이 있다. 이걸 안 보기 때문에 모를 뿐이다'라고 어필했다. 그래서 '속칭 어그로를 끌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춤추는 아나운서'의 탄생 비화였다. 이날 역시 인터뷰 중간, 최근에 '뉴스투데이'에서 선보인 르세라핌의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의 포인트 안무를 100% 재현하기도.

iMBC 연예뉴스 사진

정영한은 "뉴스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짤방'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비어 있는 스튜디오에서 혼자 춤추고 성대모사를 하려니 '현타'가 몰려오더라. '내가 이러려고 아나운서가 됐나' 두려움도 있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럼에도 "내 인생 한 줄 모토가 되는 문장은, '의아함은 그들의 몫. 나는 나다운 걸 하자'는 거다. 응원하는 사람이 안 좋게 보는 사람보다 많다면, 더 성실하게 해서 인정을 받는 걸 목표로 했다. 부정적인 말에 꺾여서 시작조차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그의 걱정대로 긍정적인 반응만 있지는 않았다. "댓글을 다 확인하는데, '춤 좀 안 추면 안되냐, 너 때문에 MBC뉴스 끊는다'는 말들이 걸리더라. 유입을 위해 이 역할을 자처했는데, 원래 보던 분들이 이탈을 하는 거니까. 나는 정말 괜찮았다. 그런데 부모님이 이걸 다 찾아보셨다."

그럼에도 우직하게 밀고 나간 이유, 자기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정영한은 "두고 보자. 빛이 쬐면 그림자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거는 오히려 좋은 현상이다, 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달 동안 가끔씩 춤을 추다 보니 이런 반응이 달렸다. 항상 악플을 남기셨던 분이 '이러다 미운 정드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분도 사실 애청자 아닌가. 매일 보고 의견을 전해주시는 거다. 이런 '츤데레' 같은 댓글을 달아주셨을 때 굉장한 응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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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이 되겠다는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다는 그다. '춤추는 아나운서'로 유명해진 지는 약 1년이 넘었지만, SNS와 유튜브 등지에서는 여전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그의 블랙핑크 커버 댄스는 멤버 지수가 언급할 정도였다.

"충분히 목표를 이뤘다. 너무 신기한 건 태국이나 대만, 베트남 같은 곳에서 나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더라. 신입 아나운서가 이러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런 결과 자체에 의미 부여를 했고,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생각한 걸 뚝심 있게 밀고 나가자는 생각에 자신감을 얻었다."

아나운서로서의 직업 만족도는 100%다. 개인 유튜브 활동뿐 아니라, 각종 프로그램 출연, MBC 행사 진행, MBC 아나운서국의 유튜브 채널 '뉴스안하니' 출연과 편집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것 아니냐는 걱정도 쏟아졌다.

정영한은 "내 영역을 넓혀나가는 게 너무 뿌듯하다"며 "(회사에서) 지원을 해준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고 웃었다.

출퇴근하는 느낌도 없단다. "원래는 내 시간과 돈을 써서 하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이것들이 일 자체가 되니까 너무 행복하다. 그래도 잠은 자야 하니까,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전현무, 장성규 등 많은 선배 아나운서들이 넘치는 예능감으로 '아나테이너'의 길을 개척해 왔고, 정영한은 이를 넘어 '아나듀서'(아나운서+프로듀서)의 길을 꿈꾼다. 그럼에도 아나운서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다.

"독자 노선을 간다는 게 스스로 뿌듯하고 성과를 얻는 것 같으면서도, '정통적이지 않다'는 생각에서 오는 묘한 외로움이 있다. 비교군도 없다. 어떻게 보면 아나운서라는 직업과 내가 안 어울린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한 고민은 계속 있다. 내가 일반적인 방송인은 아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아나운서라는 정체성을 어디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한다. 결국에는 아나운서가 지켜야 할 덕목들, 말의 표현이라던지 남들보다 호기심을 더 갖고 애를 쓰고 있다."

정영한 아나운서에게 새 기회를 준 MBC란 어떤 의미일까. 애사심을 담아 한 마디로 표현을 부탁했다. 앞서 iMBC연예와 인터뷰를 나눈 김대호, 박지민 아나운서에게도 건넸던 질문이었다.

정영한은 오랫동안 고민하더니 '줄탁동시'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하듯, 일이 순조롭게 완성되기 위해서 내부와 외부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MBC가 나에게 알을 깨 주는 역할을 해준다.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내 영역을 계속 개척할 거다. MBC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은 내게 큰 자부심이자 많은 인프라가 되어준다. 심지어 포기했던 아나운서라는 꿈과 잠재력을 알아봐 준 것을 증명하고 싶은 열의가 강하다. 그 감사함에 보답하기 위해 더 다양한 걸 해보고 싶다."

iMBC 백승훈 | 사진 iMBC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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