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공산주의자’ 주장해온 이들 [이슈+]
전광훈·김문수 등 보수 인사와 매체, 커뮤니티 등서 키워
역사학계 “홍범도 장군 자유시 참변 가담 기록 전혀 없어”
이동순 교수 “구국 영웅을 이렇게 난도질하고 매도하나”
항일 무장투쟁을 이끈 홍범도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비판하는 주장은 일부 보수 인사·매체 언급에서 주로 발견된다. 지난 2021년 홍범도 장군 유해가 송환될 당시 ‘펜앤드마이크’와 ‘크리스천투데이’ 등에선 홍 장군이 공산주의자라는 주장이 담긴 기사를 내보내며 이를 비판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도 당시 이같은 주장을 폈다.
보수 인터넷 매체 펜앤드마이크는 2021년 8월16일 “‘독립군 학살 공모한 공산주의자’ 홍범도 유해 대전현충원 임시안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홍 장군은 1920년 봉오동·청산리에서 일본군과 격전을 벌인 인물로 널리 알려졌다”며 “하지만 ‘대첩’이라는 통념과 달리 전과가 너무 심하게 과장됐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가장 큰 문제는 홍 장군이 1921년 6월28일 자유시참변에서 한국의 무장 독립군을 몰살시키는 데 앞장섰다는 사실”이라며 “소련에 협력한 댓가로 홍 장군은 레닌으로부터 금화 100루블, 군복 한 벌, 홍범도 이름이 새겨진 권총을 하사받았다”고 단정짓기도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소비에트 적군 편입을 거부하는 한국 독립군을 몰살시키는 데 협조해줘 고맙다며 레닌에게 하사금을 받은 홍 장군에게 1등급 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하는 배경을 놓고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썼다.
보수성향 개신교 언론 크리스천투데이는 2021년 8월17일 한국교회언론회 논평을 인용, “홍범도 유해 송환…정부, 공산주의자들만 특별 대접?”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는 “홍범도는 일제 초기에 독립운동을 한 것도 맞지만, 끝내 공산주의 편에 서서 우리 독립군을 살상한 장본인이며, 다시 공산주의에 의하여 버림받은 불행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도 2021년 8월22일 유튜브채널 ‘LGs-TV세계선교교회’에서 ‘전광훈 목사의 홍범도 공산사상을 밝히다’ 제목으로 이같은 주장을 폈다. 전 목사는 “홍범도 장군에 대해서는 이 사람은 러시아의 장교 출신이다. 러시아 군대 소속이다. 그리고 이 사람이 오히려 독립군을 수도 없이 탄압하고 죽인 범인 중의 하나다”라며 “자기 나름대로 일본군하고 싸웠다고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사람은 공산주의자 편에 서서 오히려 애국지사들을 죽인 공산주의자다”라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공산주의자’, ‘간첩’이라고도 했다. 그는 “문재인이 연설 할 때마다 내가 머리가 바짝바짝 설라고 그런다. 이번에도 아주 교묘하게 한다. 그래서 문재인을 간첩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누가 문재인을 간첩이 아니라고, 간첩 아니라고 하는 사람 그 사람까지도 간첩이다. 내가 문재인 간첩이라고 해서 세번 감옥 갔다 왔지만 보라. 내 말이 맞잖나”라고 말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도 2021년 8월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범도. 자유시 참변 때 독립군 수백 명을 학살한 소련군에 가담하여 공을 세웠다고 레닌으로부터 권총·군복·상금까지 받고, 소련 공산당원이 됐다”며 “광복절·건국절에 이승만은 지워버리고, 소련공산당원 홍범도만 띄우는 문재인의 목적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가”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역사학계 주된 해석과는 차이가 있다.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는 당시 한 매체에 “당시 국제정세상 독립군이 항일무장투쟁을 이어가려면 소비에트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했고 그래서 많은 독립군이 자유시에 모였던 것”이라며 “복잡하게 얽힌 당시의 정황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은 왜곡된 주장(이념 대립)으로 국민을 오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자유시 참변 연구 권위자로 알려진 윤상원 전북대 사학과 교수도 “홍 장군이 고려혁명군 중심의 독립군 통합에 찬성하고, 참변 이후 벌어진 군사재판에 재판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이유로 자유시 참변에 가담했다는 왜곡된 주장이 나오는 것 같다”며 “홍 장군의 부대가 자유시 참변에 가담했다는 기록은 전혀 없고, 오히려 참변 당시 홍 장군이 휘하 장교들과 인근 솔밭에 모여 땅을 치며 통곡했다는 증언만 있다”고 설명했다.
홍범도 평전을 쓴 이동순 영남대학교 명예교수는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참변이 일어났던 당일 홍범도 장군은 현장에 없었고 공산주의자로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홍범도 장군은 자유시 참변이 일어났던 그 당시 이르쿠츠크로 잠깐 회의에 참석한다고 떠나셨는데 바로 그날 사태가 일어났다”며 “소식을 듣고 황급히 와보니 길가에 시신이 널브러져 있고 동족상쟁이 타국에서 펼쳐졌다. 그래서 통곡하면서 시신을 땅에 묻고 황급히 뛰어다니면서 현장을 정리하고 나중에 재판관이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홍 장군 연구를 42년 동안 이어온 이 교수는 이날 “카자흐스탄에서 고독하게 살다가 아주 정말 어렵게 어렵게 귀국하신 어른을 모욕을 주고 땅에 팽개치고 손상을 준다면 이것은 우리 후손들로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손을 댈 게 따로 있지 어떻게 온몸을 바쳐 구국 활동에 바친 홍범도 장군을 왜 이렇게 난도질하고 매도를 해 대는가”라고 개탄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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