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살리려고…" 아버지에게 선뜻 간 내어준 고2 아들

천선휴 기자 2023. 8. 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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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에 유일하게 제가 아빠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당연히 간을 기증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수술을 받는 게 좀 두렵기는 했지만 아빠를 살리는 게 훨씬 중요했어요."

이식 수술을 집도한 한형준 교수는 "환자는 간경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로 내원했고, 계속된 치료에도 간암 재발의 위험이 있어 이식이 불가피했다"며 "수술 이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중요한 만큼 환자와 기증자 모두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향후 진료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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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장기이식코디네이터 김예지 간호사, 간담췌외과 김상진 교수, 이모 씨 부자. (고려대안산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가족 중에 유일하게 제가 아빠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당연히 간을 기증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수술을 받는 게 좀 두렵기는 했지만 아빠를 살리는 게 훨씬 중요했어요."

지난 9일 고려대안산병원에선 부자간 생체 간 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이 오랜 기간 투병 중인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간을 기증했다. 아빠에게 선뜻 간을 내어준 아들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당연히 기증했다"고 했다.

31일 고려대 안산병원에 따르면 이모 씨(49)는 2015년부터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를 앓고 있었다. 집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지만 2019년 토혈을 한 뒤 고대안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병세는 진행돼 지난해 5월, 간암 판정을 받았다.

간 기증자를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간 이식은 크게 생체 간 이식과 뇌사자 간 이식으로 나뉘는데, 국내에서는 뇌사자 기증이 드물기 때문에 가족 중에 공여자를 찾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성인 보호자부터 우선적으로 대상자가 된다.

처음 검사를 받았던 건 이 씨의 배우자였다. 하지만 간의 크기가 작아 공여자로 적절치 않았다. 이 씨의 여동생은 B형 간염을 앓고 있었다. 첫째 아들은 기흉을 앓고 있어 기증이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은 이 씨의 둘째 아들이었다.

법적으로 이 군(16)의 나이는 간 기증이 가능했지만 수술에 따른 위험성으로 의료진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들은 이 군이 만 17~18세가 되는 때까지 기다린 후에 이식을 진행하는 차선책도 고려했지만, 이 씨의 상태가 위독했고 무엇보다 간을 기증하겠다는 이 군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같은 날 수술대에 누웠다. 아들의 간의 일부를 간담췌외과 김상진 교수가 적출하고, 이어서 한형준 교수가 아들의 간을 환자에게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들은 빠르게 회복하여 11일 만에 퇴원했고, 이 씨도 퇴원을 앞두고 있다.

아버지 이 씨는 "아들이 너무 고맙고 기특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수술을 받느라 아들의 학업에 지장을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며 자신을 살린 아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식 수술을 집도한 한형준 교수는 "환자는 간경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로 내원했고, 계속된 치료에도 간암 재발의 위험이 있어 이식이 불가피했다"며 "수술 이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중요한 만큼 환자와 기증자 모두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향후 진료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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