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되겠다며…주식 10억 미신고에 “법 바뀐 줄 몰랐다”
10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이균용(61) 대법원장 후보자가 “관련 법 개정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한 데 대해, 매년 수천만원의 넘는 배당금을 받으며 단순히 몰랐다고 해명하는 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후보자의 두 자녀는 9살·11살 때 비상장주식을 취득하고 거액의 배당금을 받고 있음에도, 이 후보자는 두 자녀의 증여세 납부 여부 등은 밝히고 있지 않아 편법 증여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29일 이 후보자는 국회에 임명동의 자료를 보내며 자신과 가족이 ㈜옥산과 ㈜대성자동차의 비상장주식을 각각 1000주씩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 후보자와 배우자, 두 자녀가 두 회사의 주식을 각 250주씩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주식의 평가액 합계는 9억9000만원으로 이에 이 후보자의 재산총액은 지난 3월 신고한 64억에서 72억으로 크게 늘었다.
이 후보자는 2009년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 뒤 매년 재산신고를 해왔지만, 해당 주식의 보유내역을 공개한 적은 없다. 이후 이 후보자는 국회에 인사청문 자료를 제출하며 뒤늦게 비상장주식을 신고하고 “2020년에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나 법령상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처가 식구의 재산 문제를 잊고 지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자료 등을 보면, 이 후보자는 매년 ㈜옥산으로부터 2020~2022년 매년 배당금 1057만5000원(가족 전체 1억2960만원)을 수령했다.
이 후보자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의 배당금 수령 내역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단순히 처가 식구의 재산 문제가 아니라, 이 후보자가 오랜 기간 재산상의 이득을 봤다는 뜻이다.
때문에 매년 수천만원의 배당금을 받으면서 재산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만 몰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지난 3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산공개 당시 “재산 누락 등 불성실 신고자에 대해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하는 경고, 징계요구 등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호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은 “가족법인을 만들어서 지분을 나누고 배당하는 방법은 일반적인 조세 회피 전략”이라며 “이 후보자처럼 대법원 재판연구관까지 한 사람이 법이 바뀐 지 몰라서 재산신고를 누락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비상장주식이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이 후보자 자녀들의 주식 취득 시점 때문이다. ‘2000년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게 됐다’는 설명대로라면, 이 후보자 자녀 2명은 9살·11살(현재 나이 32살·34살) 때 해당 주식을 취득한 셈이다. 부모나 조부모에게 증여받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 후보자는 증여세 납부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두 자녀 역시 이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매년 배당금 1057만5000원씩을 수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세 회피나 편법 증여로도 볼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이 후보자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세무사는 “10살 안팎의 아이들이 무슨 돈으로 주식을 샀으며, 부모나 조부가 주식을 사준 것이라면 증여세는 냈는지, 주식 취득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배당 내역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라며 “비상장주식 배당을 통해 편법 증여가 많이 이뤄지는 만큼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후보자의 부인은 부산 북구 만덕동 소재 4만5291㎡ 크기의 임야 1필지를 증여받고도 매매(매입)로 신고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이때도 증여세 회피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성남세무서는 ‘현금 증여’로 보고 증여세 8800만원을 부과했는데 후보자의 처남은 “토지 매입 대금을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 토지를 증여받은 것”이라며 조세불복심판을 청구했고 조세심판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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