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무자 '이동권' 넓힌 병무청..."유학 비용 40억 아낀다"

[병무 24시]

(인천공항=뉴스1) 장수영 기자 =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이 해외 입국자 및 환영객 등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공항 이용객은 총 396만2천908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85%의 이용객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2023.8.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수 유승준(본명 스티브 승준 유)의 한국행 재외동포 비자 획득 시도로 인해 '유승준 병역기피 사건'이 20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오늘날 병역의무자에게 보장된 이동권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체류 중인 병역의무자들의 대표적인 병역 연기사유인 유학의 경우 허가 갱신을 위해 '징검다리'식으로 한국에 찾아올 필요성이 꾸준히 줄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역법 집행에 있어 사실상 '불관용 원칙'을 강조해온 병무청이지만 일반적인 병역의무자에 대해서는 편익을 높이는 조치를 취해온 셈이다.

31일 병무청에 따르면 '유학' 목적 국외여행허가의 경우 2012년 국외여행허가 연령이 '28세까지'에서 '29세까지'로 상향 조정(병역법 시행령 개정)됐다. 지난해엔 허가기간이 3개월 확대(병역의무자 국외여행 업무처리 규정 개정)돼 과거에는 '졸업예정일을 지나 3개월'까지만 받을 수 있었던 허가기간이 '졸업예정일을 지나 6개월'까지 적용되도록 개선됐다.

이 같은 제도 개편으로 국외여행허가 기간이 3개월 모자라 귀국해야 했던 병역의무자의 시간적·금전적 손실비용은 줄고 학업 연속성을 보장해주게 된 것이다. 병무청은 기존 상급학교 진학 수요와 항공비 등을 감안할 때 연간 40억원 넘는 비용을 해외 유학 병역의무자들이 절감할 수 있게 된다고 추산했다.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2023년도 첫 병역판정검사가 시작된 1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병무지청에서 입영대상자들이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 2023.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62년 국외여행허가 제도가 도입됐을 때는 18세부터 40세까지 모든 남성이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1970년에는 30세 이하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은 사람으로 허가대상 범위를 축소했다. 2007년부터는 24세 이하자는 국외여행허가를 받지 않아도 출국이 가능하도록 개선됐다.

현행법상 병역의무자가 국외여행허가 기간 내 귀국하지 않거나 허가를 받지 않고 국외에서 불법체류하는 등 국외여행허가 의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병역기피 목적이 있을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된다. 또한 인적사항 등 병무청 누리집 공개, 유효한 여권의 반납 및 효력상실 등의 행정제재를 받게 된다.

국회에서는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자 등의 입영 및 병역의무 면제 연령 상향 등 제도도 여야 의원들이 각각 추진하고 있다.

만일 해당 법안이 시행될 경우 국외에서 불법체류하며 병역을 회피했던 사람이 50세 이전에 입국한다면 50세에 군대에 가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병역의무 이행자 가운데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정상적 국외여행 허가자에 대해서는 편익을 높이는 방향이 계속 추진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국외여행허가 의무를 위반해 국외에서 불법체류하고 있는 병역의무자는 2022년 기준 누적 185명 규모다. 반면 2022년 출국한 병역의무자는 15만7089명에 달한다.

정부 당국자는 "국외여행허가의무 위반자에 대해서는 엄중 처벌·대응하고 정상적인 국외여행허가자에 대해서는 편익을 높이는 투트랙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가수 유승준이 한국행 재외동포비자를 달라며 소송을 벌여 항소심에서 승소하자 외교당국이 대법원 판결을 받겠다며 상고한 상태다. 유승준은 2002년 병역미필자 신분으로 해외공연을 한다며 출국한 뒤 미국에 귀화했다. 이에 병무청과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에 의거해 유승준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당시 유승준은 '일본과 미국 공연 일정이 끝나면 바로 귀국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출국 허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승준이 2015년 8월 재외동포비자(F-4 체류자격)를 신청하자 LA 총영사는 '병역면탈로 인한 입국금지 대상'이라며 불허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