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VS 백선엽’ 긴급 토론 민주, “대한민국 맞는지 정신 아득” 尹 정부 맹비난
윤석열 정부 겨냥한 맹비난…‘이념 전쟁’ 유발 주장도
더불어민주당은 31일 육군사관학교 내 흉상 논란에 휩싸인 홍범도 장군과 흉상 설치 가능성이 제기된 고(故) 백선엽 장군의 과거 행적을 비교하는 긴급 토론회에서 윤석열 정부가 ‘이념 전쟁’을 일으켰다는 취지로 맹비난을 쏟아냈다.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이념 논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내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주최로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홍범도 VS 백선엽’ 토론회에서 정무위원장을 맡은 백혜련 의원은 “대한민국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힘을 보태야 하는 이 시기에 이런 것으로 토론회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운을 뗐다.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듯 “권력자는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본다”며 “진보와 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항일투사이자 영웅으로 존경하고 기려온 홍범도 장군에 대해 논해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를 ‘극우 유튜버’에 비유한 뒤에는 “우리나라의 항일운동 역사 이런 것까지 뒤집으려고 하는 건 아닌지 의심에 이른다”는 주장도 펼쳤다.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설훈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강도 높은 비판부터 쏟아냈다. 설 의원은 “이념 전쟁, 역사 전쟁으로 무슨 득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바라는가”라고 거듭 물었다.
설 의원은 “이렇게 국정을 끌어가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후쿠시마(원전)부터 해서 정말 암담하다”고 개탄했다. 더불어 “‘봉오동 전투’ 등을 보면 이분은 장군이셨고 자기 목숨을 내놓고 싸우셨다”며 “그 공적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추앙해야 하는데, 느닷없이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들고나와 선열을 훼손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교육위원회 소속인 유기홍 의원은 홍범도 장군 흉상을 둘러싼 논란이 뜬금없이 제기된 게 아니라는 취지로 짚었다. ‘일본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는 내용이 포함된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비슷한 맥락의 정부 기조가 이번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을 통해 재차 겉으로 드러났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유 의원은 “그런 경축사는 처음이었고 (윤 대통령이) 건국절 문제를 언급했다고 본다”며 “건국절 주장을 하면 백선엽씨같은 사람의 간도특설대에서의 친일경력은 묻히고, 나중에 공산당을 무찌른 경력을 가지고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우리는 이걸 이념 논쟁이 아닌 친일과 애국의 문제로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념논쟁으로 가져가는 것은 저쪽(여당)이 원하는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봤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백주에 벌어지고 있어서 제가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게 맞는지 요즘 정신이 아득해질 때가 있다”며 “과연 우리가 지난 세월을 제대로 살아왔나”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세상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뻔뻔하다"며 "이런 시도가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분노가 마음속에 있고, 무력감도 있고 착잡하다”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이번 사태를 기필코 막아내야 한다는 말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명 대표는 토론회에 보낸 축사에서 “국방부와 보훈부가 이념논쟁에 사로잡혀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고, 독립영웅을 부관참시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조국의 독립도 보지 못했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78년 만에 조국으로 모셔 온 지 2년 만에 이념을 끌어들이고,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는 우상화 작업이 한창”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역사 속 위인들에게는 공과가 있기 마련”이라며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이력을 문제 삼고 비판한다면 백선엽 장군의 행적도 같은 선상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내세웠다. 나아가 “정부는 철 지난 이념 전쟁 대신 국민의 삶과 국민의 안전에 집중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몰역사적이고 반헌법적인 폭거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는 반병률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와 최태육 한반도통익역사문화연구소장이 발제를 맡았고,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와 전우용 한양대학교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 그리고 심철기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등이 참석했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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