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차명약국' 한진 계열사 대표 2심 감형됐지만…재판부 "합법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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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공모해 '무자격 차명약국'을 개설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한진그룹 계열사 대표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재판부는 대부분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존중하면서 조 전 회장 모친 김모씨 등에 19억6000만원 상당의 부당 급여를 지급한 사실은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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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공모해 '무자격 차명약국'을 개설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한진그룹 계열사 대표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재판부는 일부 행위에 대해 법리상 무죄를 선고했지만 합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질타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 안승훈 최문수)는 3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배임), 약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정석기업 대표 원모씨(71)에 징역 2년에 집행유에 3년을 선고했다. 1심의 징역 5년에서 형량이 대폭 줄었다.
2심은 원심이 유죄 판단한 약사법 위반 혐의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판례에 따르면 약사법 위반은 약국 개설에 따른 수익 분배뿐만 아니라 시설과 인력 충원, 의약품 제조, 자금 조달 등 여러 사정을 봐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는 조 전 회장이 약국 성과를 귀속받은 사실 외에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차명약국은) 무자격자가 운영하는 사무장 약국과 달리 의약품 오남용이나 판매질서가 훼손되는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 전 회장이 주도적으로 약국을 운영했다기보다는 독점 운영 대가로 수익금의 70~80%를 현금으로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약사 자격증이 없는 원씨는 조 전 회장과 공모해 인하대병원 인근에 차명약국을 개설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요양급여 등을 편취하는 등 152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18년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조 회장도 기소됐으나 1심 재판 중이던 2019년 4월 별세하면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원씨는 약사법 위반 외에도 기내 면세점 납품 관계사 트리온무역 중개수수료 부당 취득, 조 회장 가족들에 대한 부당 급여 지급, 자사주 매입 관련 배임 등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대부분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존중하면서 조 전 회장 모친 김모씨 등에 19억6000만원 상당의 부당 급여를 지급한 사실은 유죄로 판단했다.
원씨와 함께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약국장(약사) 이모씨와 그의 남편이자 약국을 운영한 류모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1심에서 각각 집행유예와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가 "합법은 아니다"는 전제를 달았다.
판결 직후 "이 말씀은 꼭 드리려 한다"며 운을 뗀 재판부는 "법리상 무죄 판결이 선고됐지만 아시다시피 행위 자체가 아주 합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수사가 길어지면서 피고인들이 여러가지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내용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1심이 높은 형을 선고한 것도 유죄로 인정됐을 경우 가볍게 평가할 수 없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기록에 비춰보면 무죄가 선고된 부분은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는 게 합의된 판단"이라며 "물의를 일으켜 법정에 서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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