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위 ‘이태원참사 특별법’ 野 단독처리…與는 퇴장
행안부장관 “특별법 제정 불필요”
與 퇴장 속 야당 단독 표결해 의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31일 이태원참사 진상조사 위원회 구성 및 피해자 배·보상 범위를 담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회의 일정 및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한 여야 합의가 빠졌다며 표결 직전 회의장을 나가버려서다. 행안위를 통과한 특별법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행안위는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특별법 제정에 반발해 표결 직전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기본소득당 등 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피해자’의 범위를 희생자의 직계존비속·형제자매로 한정했다. 단순 현장체류자와 해당 지역 거주자는 피해자 범위에서 제외했다. 또 피해자를 구조하는 활동을 하다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피해구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피해자 여부를 판명받도록 했다.
법안에는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조사위)를 여야 추천 각 4명과 유가족 추천 2명, 의장 추천 1명으로 구성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특별법 피해 배·보상 방법 및 절차 관련 근거 조항 마련 ▲피해자 간 연대 권리 명시 등 인권위원회의 권고는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김교흥 행안위원장의 편파적 운영과 민주당의 일방적인 강행 처리를 문제 삼았다. 또 야당이 ‘총선용 전략’으로 특별법을 제정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을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오늘 회의 자체가 여야 간사 또는 위원장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위원회 방청석 부분도 위원장 권한이지만 최소한 여당과 협의나 논의 정도 할 수 있었는데, 사전에 말을 해주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날 회의장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5명이 방청석에 앉아 회의를 참관했다.
이 의원은 특히 해당 법안에서 ▲피해자 정의 규정에서 ‘3촌 이내 혈족’은 삭제했지만 피해구제심의의원회을 통해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점 ▲조사위원회 추천위원회 규정은 삭제했지만 위원회 인원 11명 중 유가족이 추천한 2명을 포함한 점 ▲87개 조항 중 재발 방지 조항은 단 3건에 불과한 점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은 결국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유도해 일방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비난 프레임을 씌우고 이태원 참사마저 외면한다는 식으로 정부·여당에 비정한 프레임을 세워 정략적으로, 총선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은 특별법 제정 취지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추가적인 진상조사가 불필요한데 민주당이 법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민은 이태원 참사 사고 원인을 다 아는데 왜 특별법을 또 만들어 다시 사고 원인을 조사하느냐”며 “원인은 좁은 골목 내 압사 사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위헌적 요소가 많음에도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이끌기 위해 강경 처리에 나서고 있다”며 “사고 원인을 밝힐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런 사회적 참사를 예방할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여당이 해당 참사와 관련해 정부 실책을 숨기기 위해 국회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은 국민 아픔을 치유하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과 달리, 국회의 특별법 논의에서 생떼를 부리고 파행과 불참으로 일관했다”며 “국민의 죽음에 어떤 책임도 안 지고, 철 지난 이념과 국민 갈라치기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모습이 이 자리에서 재현됐다”고 말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도 “159명의 국민이 숨졌는데 (정부가) 무슨 책임을 졌나. 대통령은 지금 공식적으로 사과 한 번 안 했다”며 “조사위가 4대 7로 구성됐다고 하는데, 어떻게 유가족이 추천한 두 명도 야당 측으로 해석하는가. 결코 균형잡힌 사고가 아니다”라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벼랑 끝으로 모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어떻게든 감춰보려는 여당의 모습이 안타깝고 딱하다”며 “입법기관이 법안 심사조차 안 하면 이 자리에 앉을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특별법에 대한 정부의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 장관은 “정부는 그간 이태원 참사의 진상이 국정조사를 통해 규정돼왔고, 피해자·유가족 지원이 특별법 없이도 진행되고 있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씀드렸고, 현재도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한편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지난 6월 30일 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됐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상임위에서 180일 이내에 통과하면, 법사위에서 최장 90일간 논의된다. 이후 본회의에 회부되면 60일 이내에 해당 법안을 표결 안건으로 상정해야 한다. 본회의 상정까지 최대 150일이 걸린다는 얘기다. 다만 민주당은 늦어도 12월에는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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