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과 폐암·후두암 인과관계 있어…담배소송은 약자 위한 것"
"사법부 인식 변화, 대국민 홍보도 필요"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약 10년째 '담배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흡연과 폐암·후두암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담배소송은 약자를 위한 것이라며, 담배 판매로 이득을 얻은 기업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3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3년 담배소송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강숙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전국 11개 시·도에서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흡연 시작 연령은 20대가 15명, 10대가 14명, 30대가 1명이었고 암 진단시 연령대는 61~70세 16명, 51~60세 11명, 71세 이상 3명이었다. 암 진단까지의 흡연 기간으로는 41~50년이 14명으로 가장 많고 31~40년 10명, 51~60명 6명 순이다.
30명 중 직업상 유해물질에 노출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9명이었다. 21명은 음주력도 없었다. 흡연 시작 당시 건강상태에 특이사항이 있었던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이 회장은 "심층 분석한 결과 흡연과 폐암·후두암의 인과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담배회사가 발암 물질을 제조해 판매를 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담배와 암 발생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며 지난 2014년에 3465명의 10년간 공단부담금 533억원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공단 측에서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며 현재 7차 변론까지 마친 상태다.
당시 1심에서는 흡연과 폐암 발병 간 인과관계, 직접 손해배상 청구 가능 여부, 담배회사들의 제조물 책임, 담배회사들의 불법행위 책임, 공단의 손해액 범위 등이 쟁점으로 꼽혔다.
재판부는 흡연 이외 다른 요인에 의한 발병 가능성과 설계·표시상 결함 부존재, 담배 중독성 등 축소·은폐 불인정 등을 통해 담배 회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 주요 암 현황을 보면 2020년 암 발생자 수는 24만7952명이며 갑상선암이 2만9180명으로 가장 많고 폐암 2만8949명, 대장암 2만7877명, 위암 2만6662명, 유방암 2만4923명 등이다.
암종별 사망자 수는 폐암이 1만890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간암 1만255명, 대장암 8984명, 위암 7249명, 췌장암 6931명이다.
지난 2019년 질병관리청의 '흡연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 수와 사회경제적 비용' 추정 자료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12조1913억원에 달한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날 사전 기자 간담회에서 이 비용이 현재는 3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1심 판결에 대해 "선행 담배소송의 대법원 판결 내용이 심사숙고하지 않고 거의 그대로 반복됐다"며 "담배를 규제하는 것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담배소송은 약자를 대변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말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담배와 발암의 인과성을 인정하고 담배 제조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담배로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약 6만2000명이 죽는데 담배 회사는 1년에 1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얻고 있음에도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하기는커녕 인과관계조차 부정하고 거짓 정보로 국민들을 기만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서 원장은 "건보공단이 담배 회사에게 그동안 흡연자들에게 건강상의 피해를 입히고 가족에게 슬픔을 안기고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 책임을 묻는 그날까지 국립암센터와 저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숙 대한금연학회장은 "담배 회사의 내부 문건을 공개할 필요가 있고, 담배 유해물 성분을 공개하는 담배 유해성 관리법이 진행돼야 한다"며 "사법부의 인식 변화와 대국민 홍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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