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망’ 교사 유족, 순직 신청 “업무 스트레스 속 극단선택”

문유진 변호사 “고인의 순직이 인정되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 순직 인정받을 수 있겠나”

1학년 담임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지난달 20일 추모행사가 열렸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내에서 사망한 교사의 유족이 31일 고인에 대한 순직 처리를 신청했다.

31일 뉴시스에 따르면, 사망한 A 교사의 유족 측 법률대리인 문유진 변호사(법무법인 판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순직유족급여 청구서’를 접수했다.

문 변호사는 유족 측의 순직 신청 배경에 대해 “A 교사의 사망은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정상적인 인식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려 자해행위에 이르게 됐을 때’에 해당해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학부모 갑질 여부와 순직 인정이 필연적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생전) 문제학생 지도와 나이스(NEIS·교육행정 정보시스템) 업무에 시달리던 중 ‘연필사건’이 발생했고, 학부모 민원과 항의까지 겹쳐 극한의 스트레스에 내몰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4살의 사회 2년차인 고인은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면서 “연필사건으로부터 5일이 지난 7월17일 오후 9시쯤 퇴근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이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실에서 사망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다만 문 변호사는 “대형 로펌에서도 (순직 처리) 가능성이 20%밖에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도 “순직 인정이 충분히 가능하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다른) 사정이 있다면 (극단적 선택) 장소로 굳이 출근 장소인 교실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인의 순직이 인정되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 순직 인정받을 수 있겠나. ‘나는 누구 때문에 극단선택 한다’라는 문서(유서)가 있어야만 순직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순직 신청 건은 교육당국 의견서를 첨부해 공무원연금공단으로 넘겨진 후,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최종 판단하게 된다.

서이초 1학년 담임이자 2년 차 새내기 교사였던 A씨는 지난달 18일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교사노조 등은 C씨의 극단적 선택 배경과 관련해 학부모들의 ‘갑질’이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