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대책 없이 계도기간 종료… 표류하는 비대면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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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8월 말 계도기간 종료를 전후로 급격히 동력을 잃고 있다.
의료계에선 비대면 진료 확대에 대한 저항감이 확산되면서 진료 거절 병원이 급증했고, 이에 따라 환자와 병원을 연결해주던 플랫폼 업체들이 대거 서비스를 종료하고 있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계도기간이 이날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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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진료 5월 5000건→8월 3500건 급감
상임위 이견에 입법도 진통, 정부는 소극적
"비대면 진료 필요한 환자 피해 입을 우려"
지난 6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8월 말 계도기간 종료를 전후로 급격히 동력을 잃고 있다. 의료계에선 비대면 진료 확대에 대한 저항감이 확산되면서 진료 거절 병원이 급증했고, 이에 따라 환자와 병원을 연결해주던 플랫폼 업체들이 대거 서비스를 종료하고 있다. 법제화 작업 또한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자칫 비대면 진료 도입이 백지화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계도기간이 이날 종료된다. 시범사업은 이후로도 계속되지만 정부 지침 위반 행위에 대한 면책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불법 비대면 진료 신고센터를 운영해 △예외 대상이 아닌 환자를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하거나 △직접 진료하지 않는 환자에게 약 처방을 하는 등 의료기관의 지침 위반 의심 사례를 접수한다. 실제 위반 행위로 판명되면 요양급여 청구액 삭감이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병원들 사이에선 시범사업 불참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기관 비율은 시범사업 시행 이전인 지난 5월 11.7%에서 8월(20일 기준) 59.9%로 높아졌다. 병원이 비대면 진료를 거부해도 불이익은 없다. 이런 기류는 환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지난 5월 하루 평균 5,000건 수준이던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는 이달 들어 3,500건으로 감소했다.
의료계에서는 비대면 진료 범위를 지금보다 더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업의가 주축인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비대면 초진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만 65세 이상 고령층과 장애인에 대해 비대면 진료를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이 60%가 넘었다. 이들이 오히려 대면 진료를 필요로 하는 고위험 환자라는 이유에서다.
비대면 진료 시장이 위축하자 관련 업체들은 고사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나만의닥터, 파닥, 매듭, 파로필 등은 이달을 끝으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중단한다. 굿닥은 약 배송을 중단하고 대면진료 예약 서비스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4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논의한 끝에 보류(계속심사) 판정을 내렸다. 소위에서는 비대면 진료 대상을 섬·벽지 거주자, 거동 불편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의원 간 입장 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국정감사, 11월 예산 심의, 내년 총선 등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이른 시일 내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도입 자체가 좌초할 위기인데도 정부는 의료법 개정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로 활로 찾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범사업 자문단도 계도기간 종료가 임박해서야 진료 대상 조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리적, 신체적 문제로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적지 않은 만큼 비대면 진료제 표류는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필요한 환자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시범사업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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