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문턱 넘은 ‘이태원 특별법’…유가족의 호소 “제발 여당도”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과 피해 보상 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늘(3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의결했습니다.
법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습니다.
이 법안은 어제 행안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돼 전체회의에 넘겨졌습니다.
법안에는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과 특별검사(특검) 수사가 필요할 경우 특검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규정하고, 피해 배·보상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특조위는 국회의장 추천 1명, 여야 추천 각각 4명, 유가족 단체 추천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되도록 했습니다.
■국민의힘 "사고 원인 간단"…민주당 "원인 간단한데 왜 못 막았나"
여당은 오늘 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전체회의 일정에 합의하지 않았으며, 특조위가 편파적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법안 처리에 반대했습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특조위 11명 구성이 (여당 대 야당) 4대7로 구성할 수 있게 해놨다"며 "도대체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나"라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은 "이태원 참사는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몰려 난 사고로 그 원인이 간단하다"며 "우리 국민은 사고에 대한 의혹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김웅 의원은 "법안에 들어 있는 특조위는 영장주의하고 적법 절차 원칙에 명백하게 위배하는 기구"라며 "아무리 참사가 중요하다고 해서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적법 절차 원칙과 영장주의 원칙을 마음대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기구를 만들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원인이 간단한데 왜 못 막았나"라며 "(참사 당일) 10만 넘는 인파가 운집한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112 신고가 빗발쳤는데 원인이 간단하다고 말할 수 있나"라고 반박했습니다.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국민의힘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것과 달리 특별법 관련 국회 논의에 파행과 불참으로 일관했다"며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려는 모습이 재연됐다"고 언급했습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벼랑 끝으로 모는 윤 정부의 실정을 어떻게든 감춰보려는 여당의 모습이 안타깝고 딱하다"며 "입법기관이 법안심사조차 안 하면 이 자리에 앉을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시작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퇴장했고, 야당 의원들만 남은 채 법안은 가결됐습니다.
법안이 가결된 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는 그간 이태원 참사 진상이 국정조사를 통해 규정돼왔고 피해자 유가족 지원이 특별법 없이도 진행되고 있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지 않음을 말씀드렸고 현재도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향후 법사위, 본회의 등 남은 입법 과정에서 합리적인 논의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상임위 회의장에서 법안 처리 과정을 지켜보던 일부 유가족들은 법안 통과 이후 이상민 장관에게 "한번이라도 유가족 얘기를 들어봤느냐"며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범위, 직계존비속·형제자매 한정…최종 처리, 최대 150일 소요"
오늘 처리된 법안에는 앞서 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원안에는 없던 조항들이 다수 담겼습니다.
피해자 범위는 희생자의 직계존비속·형제자매로 한정했고 단순 현장체류자와 해당 지역 거주자는 피해자 범위에서 제외했는데 피해자 구조 활동 중 피해를 입은 경우 피해구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피해자 여부를 판명받게 했습니다.
특히, '특별법 피해 배·보상 방법과 그 절차에 관한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피해자 간 연대 권리를 명시하라'고 한 인권위원회 권고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국민의힘이 특별법에 반대 입장을 펼쳐온 만큼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해 일단 전체회의 심사에서 충돌을 최소화하고 향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특별법은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 4당의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습니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상임위 180일 이내→법사위 90일 이내→본회의 60일 이내 상정' 단계를 밟아 최종 처리까지 최장 330일(11개월)이 소요돼, 앞으로 특별법 최종 처리까지 향후 최대 150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307일 만에 의결 환영…국민의힘에 통과 거듭 호소"
특별법이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이 참사 발생 307일 만에 의결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여전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라는 큰 산이 남아 있지만, 특별법 제정을 통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립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딛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유가족들은 물론,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바라는 시민들은 커다란 위로와 희망을 얻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별법 1조) 이 문장 어디에 진보가 있고 보수가 있나. 법률안 어느 조문이 여당에게 불리하고 야당에게 유리한가"라며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법률안임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이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할 때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 한 명, 단 한 차례도 법률안 심의에 참여하지 않고 반대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행안위를 통과한 법률안에는 그동안 국민의힘에서 주장했던 의견들도 반영됐다"며 "그러니 앞으로 열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도 심의와 표결에 동참, 참사 1주기가 되기 전에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을 거듭 호소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국민의힘 행안위원들은 이태원 특별법이 단독 처리 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입법 폭거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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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sj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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