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은 뇌의 자연스러운 ‘기능’…“인지기능 저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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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억 속에 이미 저장됐던 정보와 경험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망각'이라고 한다.
이러한 망각이 알고 보면 뇌의 자연스러운 기능이며, 특정한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언제든 회복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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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매, 망각기능에 발생한 ‘오류’일 가능성↑
장기기억 속에 이미 저장됐던 정보와 경험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망각’이라고 한다. 이러한 망각이 알고 보면 뇌의 자연스러운 기능이며, 특정한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언제든 회복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경우를 뇌의 망각기능이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로 보고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Trinity College Dublin) 신경과학연구소 연구팀이 동물모델을 활용한 실험결과, 새로운 경험과 정보가 최근 형성된 기억의 망각을 유발하는 ‘소급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외부자극과 상황에 따라 잃어버린 기억이 회복된다는 점을 알아냄에 따라 ‘망각’이 뇌의 자연스러운 기능이란 점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최근 게재됐다.
망각과 장기기억을 설명하는 데는 주로 ‘간섭이론(Interference Theory)’이 적용됐다. 이 이론은 ‘일부 기억이 다른 기억보다 우선순위가 높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억이나 특정한 기억이 저장된 정보를 결합‧왜곡 또는 혼동하면서 서로 간섭하고 경쟁하기 때문에 망각이 발생한다고 바라본다. 해당 이론에서 기존의 기억에 새로운 기억이 간섭하는 걸 ‘소급간섭’이라 부른다.
연구팀은 소급간섭에 따른 망각이 특정 기억에 접근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며 생기는 일종의 ‘학습기능’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즉 망각은 인지기능의 저하가 아니라 뇌의 기능적 특징이며, 망각을 통해 뇌는 역동적인 환경과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
연구팀은 소급간섭이 뇌의 자연적인 학습기능이란 점을 확인하기 위해 생쥐를 이용한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은 특정 생쥐를 상황이나 환경에 적응하도록 학습시킨 후 해당 기억에 해당하는 ‘엔그램(Engram)’ 영역을 기록한 후 새로운 환경과 상황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엔그램은 뇌에 존재하는 특정 기억의 실체나 흔적을 의미하는 용어다. 실제로 뇌는 뉴런과 시냅스 등 신경세포에 획득한 특정 정보들을 기록하며 이 과정에서 물리적·화학적인 변화가 나타나는데, 엔그램은 이러한 변화의 흔적이 남은 뇌 세포 그룹을 통틀어 일컫는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새로운 환경이나 상황에 놓이면 기존에 기록된 엔그램 영역 사이에 간섭이 발생해 세포활성도가 떨어지는 점을 밝혀냈다. 또 신경세포에 유전공학적으로 발현된 광(光)민감성 단백질을 이식한 후 빛을 쪼여 자극을 가하는 ‘광유전학(Optogenetics)’ 기술을 활용해 외부자극을 통해 명백히 잃어버린 기억을 회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리비아 오토레(Livia Autore) 트리니티 칼리지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엔그램 사이의 간섭과 경쟁이 특정 기억을 떠올리는 데 영향을 끼치며, 잊힌 기억의 흔적이 자연적 상황이나 인공적 자극으로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결과는 신경세포가 퇴화하며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과정이 아니라 신경세포들의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뇌의 학습기능이란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토마스 라이언(Tomás Ryan) 트리니티 칼리지 교수는 “망각이 특정 상황과 자극으로 되돌릴 수 있는 자연적인 현상이란 것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며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망각 현상도 뇌의 기능이 과(過)활성화된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예로 아밀로이드 베타(Aß)와 타우 단백질(tau) 축적이 세포대사에 이상을 일으키고 이에 따라 신경세포에 영양과잉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망각현상 회복을 위한 후속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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