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보며 지게차 몰다 '쾅'…"사고 날까 영업도 못다녀" 中企 사장의 호소
충남 청양군에서 직원 24명으로 인공흙 공장을 하는 김동복 신기산업 대표는 "공장에 사고가 날까 불안해 영업도 못 다닌다"고 했다. 직원을 구하기 어려워 공정의 80%는 자동화해도 지게차와 굴삭기는 부득이 장비 기사들을 고용했는데 김 대표는 이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차량을 운행해 벌써 서너번 사고를 냈다고 했다. 김 대표 공장은 고용부의 특별 단속 대상에 올라 있다.
김 대표는 여성이다. 작업자들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언젠가 장비 기사들에게 '스마트폰을 반납하라' 하니 이들은 스마트폰을 두대 가져와 한대만 반납하고 차량을 운행했다. 사고는 되풀이됐다. 중소기업은 근로자가 사업주에 갑(甲)인 경우가 많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다 보니 근로자가 '내일부터 일 안 하겠다' 하면 아쉬운 쪽은 대게 사업주 쪽이다.
김 대표의 회사는 내년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다. 해당 법은 지난해에 시행됐는데, 5~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법 적용을 2년 유예받았다. 김 대표는 산업안전보건공단 컨설팅도 받고, 설비도 안전하게 개조하고, 생산량도 줄여가며 산업재해에 대비했다. 그런데도 "공장에서 사고가 날까 두려워 출장도 못 다닌다"며 "수출을 해달라는 중국, 베트남도 못 다닌다"고 했다.
김 대표는 "매출도 줄고, 시설 투자도 해야 하는데 혹여나 법 시행 후 중대재해가 나면 감옥에 갈까 두렵다"며 "영세 업체가 대기업과 같은 법을 감당하기 아직 여건이 안 되는데 차곡차곡 준비할 수 있게 유예기간을 늘려달라"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중소기업단체협의회에 속한 8개 단체 부회장단은 31일 입장문을 내고 "기업 대표가 영업, 기술개발, 사업관리 등 일인다역을 하는 중소기업이 외부 조력 없이 중대재해법 의무사항을 이행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법 적용을 추가로 유예하고, 그 기간 정부가 충분히 지원해주고 의무사항을 명확히 해줘 안전한 일터를 만들 기회를 달라"고 했다.
대기업, 중견기업은 로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영세 기업은 그럴 여건이 안돼 법조문 해석에 어려움을 겪고, 중대재해법 준비를 해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불안감이 크다. 정부가 마련한 책자도 비상사태 매뉴얼, 시나리오, 조치 계획 등 비슷한 말을 따로 쓰는 등 법률에 비전문가인 사업주가 이해하기 어렵다. 김순희 신동섬유 대표는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한데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막막하다"고 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마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자 △담당자를 두게 했는데,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생산 인력을 늘릴 여건도 안 되는데 안전 전문가를 채용할 여력은 안 되고, 이미 50인 이상 기업들이 채용을 한 탓에 전문가들이 50인 미만 기업까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전 의무를 이행할 적절한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건설업을 예로 들면 고용노동부 고시상 일반건설공사(갑)을 기준으로 원청사는 공사 대금의 2.93%를 안전관리비로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덕규 두성건영 대표는 관급 공사를 하는데도 그에 상당하는 안전관리비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공기관은 안전모 비용만 지급했고, 이 대표가 법이 정한 수준을 요구하자 "그런 사례를 보지 못했다"며 거절했다.
이 대표는 "하도급업체로서 받아낼 방법도 없고 막막했다"며 "고금리·고환율·고물가에 안전까지 책임지려면 하도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계는 유예기간 2년 추가 연장을 주장했다. 2년 뒤에는 법을 이행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그동안 정부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앞으로 2년 더 지원하고 가이드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유예에다 실효성 있는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업들이 납부한 산재 보험료는 8조3000억원인데 올해 산업재해 예방 사업에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1조원 수준이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나머지는 사후 보장 예산인데 산재가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같은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만나 중대재해법 유예 기간을 추가 연장해달라고 촉구했다. 중대재해법은 법사위가 소관 상임위원회다. 김 회장은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중소기업계도 같은 마음"이라면서도 "현장이 준비가 안 됐는데 법 적용을 강행하면 재해 예방이라는 입법 목적은 실현하지 못하고 범법자만 양산할 것이다. 준비 기간을 부여하고 산재 예방 지원 예산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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