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스페이스 X 향해” 한화가 영국서 키우는 ‘히든 카드’ [그 회사 어때?]

2023. 8. 3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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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1500억 투입된 한화페이저
위성 안테나 ASIC 등 존재감 확대
내달 개최 세계 최대 군사박람회 참가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한화페이저가 설계한 ASIC(주문형반도체) 기반 차세대 위성통신 안테나 [한화페이저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한국판 스페이스 X’를 향해 우주산업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 한화그룹이 우주산업의 한 축으로 꼽히는 위성·통신사업 분야 확장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한화시스템의 해외 자회사인 한화페이저(Hanwha Phasor)가 최근 공격적 투자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31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한화페이저는 지난 3년 동안 한화그룹 등으로부터 약 9000만 파운드(약 15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 케임브리지 사이언스파크에 ASIC(주문형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 시설을 준공했다. 이곳은 기초과학이 발달한 유럽에서도 가장 오래된 혁신 클러스터 단지로 꼽힌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0년 영국 위성 통신안테나 관련 벤처 기업인 페이저솔루션의 관련 사업 부문을 인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지에 한화페이저를 설립했다. 한화시스템에 인수된 직후 9명이었던 직원수는 올해 90명으로 10배 늘었다.

한화페이저는 위성 안테나의 핵심인 ASIC 설계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SIC는 특정 응용 분야에 맞춰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반도체로, 위성통신 안테나는 ASIC 설계에 따라 무게·발열 등 주요 성능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이를 위해 회사 측은 ASIC 개발과 설계 관련 인력을 기존 10명에서 20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내실다지기에 주력해 온 한화페이저는 올해부터 적극적인 외부 행보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개최된 글로벌 최대 우주 항공 전시회 ‘파리 에어쇼 2023’ 참가에 이어 내달 12일부터 15일까지 런던 엑셀 전시장에서 열리는 ‘방위산업무기박람회(DSEI) 2023’에 사상 첫 참가를 확정한 점이 눈에 띈다.

DSEI는 격년마다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군사 박람회다. 세계 각국의 정부 주요 인사와 군 구매담당자, 방산 분야 고위관계자 등 2800여개 글로벌 기업과 3만여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페이저가 개발한 위성통신 안테나를 장착한 항공기가 우주위성을 통해 통신정보를 수신하는 이미지 [한화페이저 제공]

이번 DSEI에서 한화페이저는 상업용과 군사용 항공기에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위성 안테나인 ‘페이저 A7700’을 전시할 예정이다. 또한 비행중이나 육상·해상 등 이동 중에도 끊김없이 다중 궤도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독자적인 위성 패널 설계도 선보인다.

그룹의 주력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DSEI 참여하는 점도 ‘우주·방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부분으로 꼽힌다.

도미닉 필포트 한화페이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처음으로 DSEI에서 혁신적인 ‘페이저 A7700’ 위성 안테나 등을 시연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DSEI에서 주요 고객들과 한화페이저가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화시스템의 위성통신 사업에서도 한화페이저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시장은 오는 2040년까지 연평균 3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페이저솔루션 이외에도 지난 2020년 미국 위성 통신안테나 기업 카이메타에 3000만 달러(약 400억원)를 투자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후 지난해 1100만 달러, 올해 5월에 45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 2021년에는 세계 최초로 저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한 기업인 원웹에 3억 달러(약 4000억원)를 투자해 지분(약 9%)을 확보하는 등 관련 사업을 확장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카이메타와 한화페이저의 위성안테나 기술 역량과 원웹의 글로벌 위성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우주인터넷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기존의 항공기·선박·기차·차량·UAM 기체 등에 위성과 연결되는 안테나를 장착하면 인터넷 접속이 어려웠던 오지나 공중·해상 등 어느 곳에서도 24시간 통신이 가능해진다.

민간 우주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도 한화그룹이 주목하고 있는 포인트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지난 1분기 흑자로 전환했다. 실적을 공식 발표하지 않는 스페이스X가 분기 기준 흑자를 기록한 것은 머스크가 지난 2002년 ‘화성 식민지 개척’을 기치로 내걸고 창업한 이후 21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흑자 전환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민간 우주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현재 약 1500억 달러(약 200조원)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한화페이저가 글로벌 우주·방산강국으로 꼽히는 영국에서 ‘K-방산’의 존재감을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영국 국왕인 찰스 3세는 지난 5월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방위산업이 강하죠?”라면서 직접적인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은 지난해 폴란드 등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바 있다. 올해는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과 ‘파이브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는 중이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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