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첫달부터 ‘트리플 감소’ 빨간불…설비투자 감소 11년만에 최대
지난달 국내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전월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1월 이후 6개월만의 ‘트리플 감소’인데, 설비투자의 경우 11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폭염과 호우 등 일시적인 요인이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설명했지만 하반기 첫달부터 경기 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상저하고’ 가능성은 더 멀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8.9% 감소했다. 2012년 3월(-12.6%) 이후 11년 4개월만에 최대 폭 감소다. 특히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7월부터 종료되면서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한달 새 22.4% 급감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법인의 자동차 구매 실적은 설비투자로 잡힌다.
소비와 생산 지표도 동반 감소했다. 상품의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월 대비 3.2% 줄었다. 감소율은 2020년 7월(-4.6%) 이후 3년만에 가장 컸다. 이 중에서도 승용차 등 내구재의 감소율이 5.1%에 달하는 등 개소세 인하 조치가 종료된 영향이 컸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1%), 의복 등 준내구재(-3.6%)도 일제히 줄었다. 정부는 계절 요인이 크게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7월의 경우 예년에 비해 강수 일수와 강수량이 많아서 외부 활동이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 산업 생산의 경우 공공행정(-6.5%)과 광공업(-2.0%) 생산이 감소한 영향으로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생산이 감소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4개월만이다. 전체 감소폭은 크지 않았지만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포함된 광공업의 부진이 두드러지는 등 경기 침체 흐름이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컴퓨터(-17.3%), 전자부품(-11.2%), 기계장비(-7.1%) 등 감소율이 특히 높았다. 반도체 생산도 같은 기간 2.3% 감소했다.
다만 서비스의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은 0.4% 소폭 상승했다. 불황 흐름이 짙었던 건설업 생산도 0.8% 증가했다.
정부는 경기가 상반기에 저점을 지나 하반기부터 완만히 회복할 것이라는 정부의 ‘상고하저’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첫달부터 경기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정부의 경기진단 판단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99.6%)는 전월 대비 0.5포인트 내려 다시 100선을 밑돌았다.
이 지표는 각종 산업 지표에서 계절요인과 불규칙요인, 추세요인(기술 진보나 인구 증가 등 장기 변동)을 제거해 현재 순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데, 이 지표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가 불황 상태라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차례 연속 끌어내려 1.4%로, 내년도는 2차례 연속 끌어내려 2.2%로 하향조정한 상태다. 그러면서도 중국 부동산 부진이 이어져 성장세가 악화된다면 한국 성장률이 올해는 1.2%, 내년은 1.9%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 상태다.
중국의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이날 공시를 통해 올 상반기 489억위안(8조9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재무 상황이 계속 악화할 경우 채무불이행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중국 부동산시장은 갈 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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