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큰일 날 뻔'…'탈원전'이 바꾸는 산업강국 랭킹 [박한신의 산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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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조업 강국의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모두가 부러워 했던 독일이 '마이너스 성장'에 빠진 것, 대응책으로 파격적인 46조원 규모 법인세 감세안을 꺼낸 게 그 단면이다.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후 급격하게 탈원전 정책을 편 대표적인 국가다.
첨단산업 육성에 목을 매고 있는 중국이 원전을 무섭게 늘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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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조업 강국의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모두가 부러워 했던 독일이 ‘마이너스 성장’에 빠진 것, 대응책으로 파격적인 46조원 규모 법인세 감세안을 꺼낸 게 그 단면이다.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다른 제조강국들도 독일과 같은 침체를 겪지 않으려 주력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들을 펴고 있다.
독일이 휘청이는 이유, 각국이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실책은 뭘까. 전문가들은 ‘에너지 정책’을 꼽는다. 전쟁이나 남미식의 극단적인 포퓰리즘 정부가 아니라면 산업 경쟁력을 한순간에 꺾어 버릴 수 있는 것이 에너지 위기라는 지적이다.
에너지 위기로 휘청이는 독일
우리가 먹고 사는 기반이 되는 산업은 저절로 돌아가지 않는다. 생산이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려면 안정적인 전력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후 급격하게 탈원전 정책을 편 대표적인 국가다. 올 4월 마지막 원전 3기 가동을 중단하며 탈원전을 완료했다. 독일은 이전부터 녹색당이 집권당의 주요 연정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면서 원전을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흐름이 이어졌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2021년 녹색당과의 연정 합의안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80%까지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이 비중은 46%에 달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로만 산업강국 독일의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추진한 게 러시아 노드스트림 가스관이다. 독일 가스 수입의 러시아 의존도는 절반을 훌쩍 넘었다.
그러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자 가스값이 급등했고 독일 산업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화학기업 바스프가 공장가동을 줄인 게 대표적이다.
노드스트림 가스관을 주도한 것은 16년 간 총리직을 맡았던 앙겔라 메르켈이다. ‘엄마 리더십’으로 추앙받던 메르켈은 독일이 러시아발(發)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현재는 ‘역적’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반도체 강국 대만도 안심 못해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 대만도 안심할 일은 아니다. 대만 또한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2016년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됐고 실제 원전 6기 중 4기의 가동을 중단해 현재는 2기만 운영 중이다. 탈원전 정책이 이어질 경우 남은 2기도 각각 2024년과 2025년에 정지된다.
문제는 대만의 주력산업인 반도체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대만이 집중하는 재생에너지는 햇빛과 바람을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안정적인 발전을 보장할 수 없다.
대만은 탈원전 이후 매년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고 실제 정전이 빈번한 상황이다. 중국이 대만 해상을 봉쇄하기라도 한다면 다른 발전연료를 들여오는 데도 애를 먹게된다.
첨단산업 의존 韓, 원전 중요
독일과 대만의 상황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기를 많이 쓰는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의 산업이 국가 핵심 경쟁력인 한국은 전력공급이 그 어느 국가보다도 중요하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흐름에 발 맞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안정적이고 저렴한 원전이 그 기저에서 버텨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첨단산업 육성에 목을 매고 있는 중국이 원전을 무섭게 늘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마저 산업 부활을 위해 원전을 다시 바라보고 있다.
한국은 용인에 들어서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이 곳에서만 10GW 이상의 전력수요가 예상된다. 이는 현재 수도권 전력수요의 약 25%에 달하는 수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원전은 타 발전원에 비해 경제성이 매우 높아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과학에 기반해 에너지믹스를 정상화하고,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에너지를 조화롭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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