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불신' 커질라…연구자들 "과장 말고, 기술성숙도 알리자"
[편집자주] 국내 증시의 테마주 열풍이 기초과학계로 옮겨붙었다. 'LK-99'로 인해 불어닥친 초전도체 관련주 투자 광풍이 꿈의 신소재 '맥신(MXene)'에 이어 미래기술 양자로 번졌다. 급등락하는 주가에 투자자들은 혼란스럽지만, 흔한 일상이었던 연구성과 발표가 테마주의 재료로 악용되는 기이한 경험에 과학계의 불안감도 커지는 표정이다. 최근 들어 반복되는 과학 테마주 열풍의 현상과 배경, 그리고 과학기술 투자를 바라보는 연구자들의 소회와 제언을 살펴본다.
신정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업화본부장은 31일 "혁신적 아이디어 1000개가 나와도 고도화 및 실증을 거쳐 시장에 나오는 결과물은 2~3개뿐"이라며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라도 상용화 과정을 거치면 대다수는 도태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생존율이 높은 기술 기반 기업, 그중에서도 성공 사례는 손에 꼽는 만큼 투자자들은 이런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과학 테마주 열풍이 "기초연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실패 등 과정을 바라보지 않고, 투자 관점에서 결과 위주로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과에만 집착하다 금세 열기가 사그라지면 기존에 굴러가던 과학계의 생태계와 시스템마저 왜곡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과학계는 혁신적 연구성과라 해도 최소한의 검증을 거쳐야 하고, 과장된 전달은 지양할 것을 요구한다. 배 원장은 "과학기술계에서 기초연구 성과에 대한 과장이 있는 게 사실이고, 언론도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광고성 기사는 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소액 투자자들이 기초연구 성과를 이해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투자를 판단하기엔 너무나 어렵다"며 "일부 기술 상장 기업들을 보면 숫자(매출)가 전혀 나오지 않는데 소액 투자자들이 장밋빛 환상만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임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사업전략본부장은 기초연구 성과 발표 시 TRL을 명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TRL은 198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기술 투자 위험도 관리 목적으로 도입한 지표다. 1~9까지 이뤄졌으며 9와 가까워질수록 성숙도가 높아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임 본부장은 "최근 초전도체 연구성과는 개념입증 수준이었고 이를 상용화하려면 최소 10년 이상 필요하다는 게 과학계 분석이었다"며 "앞으로 이런 오해를 줄이려면 과학계에서 기초연구 성과를 발표할 때 TRL 레벨을 명시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소액 투자자들은 딥테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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