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불신' 커질라…연구자들 "과장 말고, 기술성숙도 알리자"

김인한 기자, 변휘 기자 2023. 8. 3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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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과학테마주 '주의보']④'연구→투자' 신중해야…과학계의 대안
[편집자주] 국내 증시의 테마주 열풍이 기초과학계로 옮겨붙었다. 'LK-99'로 인해 불어닥친 초전도체 관련주 투자 광풍이 꿈의 신소재 '맥신(MXene)'에 이어 미래기술 양자로 번졌다. 급등락하는 주가에 투자자들은 혼란스럽지만, 흔한 일상이었던 연구성과 발표가 테마주의 재료로 악용되는 기이한 경험에 과학계의 불안감도 커지는 표정이다. 최근 들어 반복되는 과학 테마주 열풍의 현상과 배경, 그리고 과학기술 투자를 바라보는 연구자들의 소회와 제언을 살펴본다.

(왼쪽부터) 신정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업화본부장, 배현민 KAIST(한국과학기술원) 창업원장, 임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사업전략본부장.
'과학테마주 투자 기현상'에 대한 과학계의 진단은 기초연구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머지 않은 미래 교과서를 다시 쓰게 될 기초연구 라 해도 기술 상용화까진 최소 십수 년 이상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미 벌어진 '상수'다. 이에 과학계에선 대중의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성과의 과장을 지양하고, 기초연구 성과의 기술성숙도(TRL)를 직관적으로 명시하는 방안 등이 대책으로 거론된다.

신정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업화본부장은 31일 "혁신적 아이디어 1000개가 나와도 고도화 및 실증을 거쳐 시장에 나오는 결과물은 2~3개뿐"이라며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라도 상용화 과정을 거치면 대다수는 도태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생존율이 높은 기술 기반 기업, 그중에서도 성공 사례는 손에 꼽는 만큼 투자자들은 이런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과학 테마주 열풍이 "기초연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실패 등 과정을 바라보지 않고, 투자 관점에서 결과 위주로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과에만 집착하다 금세 열기가 사그라지면 기존에 굴러가던 과학계의 생태계와 시스템마저 왜곡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배현민 KAIST(한국과학기술원) 창업원장은 기초연구 성과와 기술사업화·창업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오랜 과학적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딥테크 창업만 5차례 성공한 관련 전문가다. 그는 "기초연구는 장점만 있으면 얼마든지 논문을 쓸 수 있지만 기술사업화는 모든 단점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초연구 과장 지양하고, 1~9까지 기술성숙도(TRL) 명시 필요"
최근 '과학테마주 열풍'의 도화선은 LK-99 상온·상압 초전도체였다.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연구진이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은 연구성과를 사전 논문공개 사이트에 공개, 기술 상용화가 임박한 것처럼 잘못된 시그널을 보냈다는 지적이다.

과학계는 혁신적 연구성과라 해도 최소한의 검증을 거쳐야 하고, 과장된 전달은 지양할 것을 요구한다. 배 원장은 "과학기술계에서 기초연구 성과에 대한 과장이 있는 게 사실이고, 언론도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광고성 기사는 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소액 투자자들이 기초연구 성과를 이해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투자를 판단하기엔 너무나 어렵다"며 "일부 기술 상장 기업들을 보면 숫자(매출)가 전혀 나오지 않는데 소액 투자자들이 장밋빛 환상만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임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사업전략본부장은 기초연구 성과 발표 시 TRL을 명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TRL은 198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기술 투자 위험도 관리 목적으로 도입한 지표다. 1~9까지 이뤄졌으며 9와 가까워질수록 성숙도가 높아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임 본부장은 "최근 초전도체 연구성과는 개념입증 수준이었고 이를 상용화하려면 최소 10년 이상 필요하다는 게 과학계 분석이었다"며 "앞으로 이런 오해를 줄이려면 과학계에서 기초연구 성과를 발표할 때 TRL 레벨을 명시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소액 투자자들은 딥테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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