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이위안, 디폴트 가능성 인정…“상반기 손실 8조8000억대”
채권자들에게 유예기간 40일 연장 요청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올해 상반기 막대한 손실을 보고하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인정했다. 비구이위안은 채권자들에게 만기 채권 원금상환을 추가로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자금 확보를 위해 주식을 추가 발행하는 등 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30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공시한 자료를 통해 올해 상반기 489억위안(약 8조86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31일 보도했다. 매출 기준으로 중국 부동산 업계 1위를 달리던 이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6억1200만위안(약 110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67억위안(약 1조2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손실 규모가 7배 가량 커진 것이다.
비구이위안은 공시 자료를 통해 “이미 2021년부터 부동산 부문의 대외 환경이 격변하고 시장 조정이 예상됐음에도 시기적절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며 “회사는 설립 이래 가장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으며, 깊이 후회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가용 자금이 계속 줄어들어 현재 단계적 유동성 압박에 직면했다”면서 “재무 성과가 계속 악화되면 채무불이행이 발생하고 특정한 다른 차입금의 크로스 디폴트(연쇄 지급불능)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시장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회사의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디폴트 위기에 처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비구이위안은 앞서 지난 7일 만기된 액면가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의 회사채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약 300억원)을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다. 또 지난 14일부터 회사채 9종과 사모채권 1종, 계열사인 광둥텅웨건설공사의 회사채 1종 등 11종의 채권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비구이위안이 상환해야 할 채권 원리금 총액은 157억200만위안(약 2조8700억원)으로 다음 달 초부터 내년 초까지 줄줄이 만기가 도래한다.
당장 다음 달 2일 39억위안(약 7069억원) 규모의 채권이 만기되는데 비구이위안은 채권자들에게 해당 채권의 원금상환 유예기간을 40일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 회사는 또 자금 조달을 위해 홍콩 증시에서 2억7000만홍콩달러(약 455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비구이위안은 공시 자료에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다양한 채무 관리 방안을 마련해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구이위안 사태로 다시 불거진 부동산 시장 위기가 ‘그림자 금융’으로 불리는 부동산 신탁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중국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 당국이 수십개 투자신탁 상품 이자와 원금 환매를 중단한 부동산 신탁회사 중룽(中融)국제신탁의 회계 장부 조사를 국영 신탁회사 2곳에 요청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영 신탁회사들은 회계 장부 조사를 진행하면서 중룽국제신탁의 운영 안정화 작업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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