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전국 규모 교육박람회 열어 ‘교육문제 해소’ 새 길 모색”
오는 7~9일, 포럼·진학박람회·챗GPT경연대회 등 ‘푸짐’
[서울&] [커버스토리] “학부모 열정이 만든 교육도시, 앞으로 행정이 주도해 발전” 다짐
전문가 포럼에서는 교육방향 모색
진학박람회, ‘미래 필요 인재상’ 살펴
경연대회, 새 기술 주도적 사용 중요시
“미래의 교육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밖 공교육’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오는 7~9일 열리는 ‘2023 와이(Y)교육박람회’ 개최 이유를 설명한 말이다. 양천구청과 양천공원, 구민체육센터 등에서 열리는 Y교육박람회는 양천구가 올해 처음 개최하는 ‘전국 규모 교육박람회’다. Y교육박람회가 더욱 특별한 것은 양천구뿐 아니라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하더라도, 이번 행사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여는 최초의 전국 규모 교육박람회’이기 때문이다.
양천구가 어떤 기초지자체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전국 규모 교육박람회’를 연 데는 ‘교육도시 양천’의 축적된 힘에 이 구청장의 의지와 철학이 결합한 것이 주효했다.
양천구는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교육도시다. 양천구 목동은 강남구 대치동, 노원구 은행사거리 주변과 함께 서울의 3대 학원가로 꼽힌다. 특히 특목고·자사고 등 고교 입시에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구청장은 이런 양천구에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곧바로 대규모 박람회를 기획하고 준비했다고 한다. 이 구청장은 “그동안은 학원과 학부모들의 열정이 양천구를 교육도시로 일궜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행정에서 주도적으로 제대로 된 교육도시로 만들어보자는 차원에서 교육박람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양천구에서 거주하며 양천구의 교육역량을 지켜본 이 구청장이 주목한 부분은 ‘학교 밖 공교육 활성화’다. ‘학교 밖 공교육’은 지자체 등 행정기관이 학교 밖에서 행정력을 바탕으로 공적 교육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18일 양천구 신정동 양천공원 책쉼터에서 만난 이 구청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공교육과 사교육으로 딱 이원화해서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게 굉장히 잘못된 전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사교육이 문제다, 공교육이 문제다’라고들하지만 이런 이분법적 논쟁으로는 교육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나 사회에서 사교육이 너무 지나치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사교육은 쉽게 없어지기 어렵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모든 학부모가 사교육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만 동시에 내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그런 당연한 마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구청장은 “사교육 문제를 자꾸 지적하기 전에 공교육과 함께 ‘학교 밖 공교육’을 활성화해 학부모들의 우려를 해소해주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설명한다.
이 구청장은 두 가지 사례를 들었다. 첫 번째는 2019년 문을 연 ‘스마트 양천 미래교육센터’다. 센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도적으로 대비해 코딩, 로봇, 인공지능(AI) 교육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이다.
“미래교육센터는 일반 학교 단위에서 구비할 수 없는 교육 기자재를 갖추고 있습니다. 일반 학교에서 센터의 기자재를 이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면서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구청장은 곧 2·3호 미래교육센터를 구내에 개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구청장이 두 번째 예로 든 분야는 진학상담이다.
“진학과 관련해서도 강남에서 아주 잘나가는 컨설팅회사로부터 일대일 진학상담을 받는 경우 그 가격이 상상할 수 없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 양천구에서 와달라고 요청하면 정말 괜찮은 분들이 오셔서 이런 컨설팅을 진행해주십니다. 비용도 거의 무료로 진행하기 때문에 사교육비 문제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 구청장은 “이 두 사례 외에도 양천구에서 경험하고 진행한 ‘학교 밖 교육’의 사례는 다양하다”며 “이번 Y교육박람회에서는 이런 ‘학교 밖 교육’ 사례를 비롯해 학생과 학부모·전문가들이 교육을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꾸몄다”고 했다.
이 구청장의 말대로 올해 Y교육박람회에서는 △교육방송(EBS)과 함께하는 Y-교육포럼, 진로락(樂) 토크콘서트, 스타멘토 강연 등 현재의 교육을 짚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과 함께 △챗지피티(GPT) 영어 스피치 경진대회, 제1회 유소년 전국 드론축구경진대회 등 미래기술을 활용한 경진대회도 열린다. 또 △고교 진학 박람회와 대학 입학정보 박람회 등 진학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한데 모으는 ‘진로진학박람회’와 △배울 거리, 놀거리, 볼거리가 있는 ‘평생학습축제’도 진행된다. 이 밖에 △가상현실/증강현실(VR/AR)이나 로봇 퍼포먼스 등 최신 기술혁신을 어떻게 교육과 접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미래교육박람회’도 관람객을 기다린다.
“3일간의 교육박람회 프로그램이 모두 알차게 구성돼 있습니다. 교육박람회를 찾는 분 중 이름 있는 명사의 강연을 원하는 학부모를 위한 포럼 프로그램도 있고 체험형 프로그램 참여를 원하는 학생을 위한 행사도 있습니다. 학부모들께서는 진학과 관련해 명문고등학교, 명문대학들의 인재상에 대해서 직접 컨설팅을 받는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평생교육에 관심을 가진 분들은 ‘평생학습 축제’를 찾아 다양한 평생교육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구청장은 “모든 프로그램에 애정이 가지만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첫날인 7일에 열리는 포럼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EBS와 함께하는 Y-교육포럼은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3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폴윤 미국 엘카미노대학 수학과 교수가 ‘다른 미래가 온다’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이승섭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황정아 우주물리학자, 황농문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정권택 전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전무가 주제발표를 한다.
“저는 행정가이기 때문에 미래 교육과 관련해서 교육 전문가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합니다. 저희는 행정을 하면서 주민 요구를 반영해 여러 가지 시설을 만들고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진짜 제대로 가는 것인지 올바른 방향을 잡은 것인지 끊임없이 되물으면서 행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제 전문가들의 생각을 들으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구청장은 학부모들이라면 진로진학박람회에 관심이 높을 것이라고 봤다. 양천구민체육센터와 해누리타운에서 열리는 진로진학박람회는 금요일인 8일에는 ‘고교진학박람회’가, 토요일인 9일에는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열린다. 고교진학박람회에는 세종과학고·상산고·하나고·명덕외고·대일외고 등 과학고·자사고·외고에서 찾아와 설명회를 하고,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는 고려대·서강대·육사·아주대·강원대 등 18개 대학교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참여한다.
“진로진학박람회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명 고등학교에서 오고, 각 대학교에서도 부스를 갖고 참여합니다.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비교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미래교육과 관련해 각 학교가 지향하는 인재상에 대해 학부모들이 좀더 구체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구청장은 또 학생들이라면 9일에 진행되는 ‘챗GPT 영어 스피치 경진대회’나 ‘제1회 유소년 전국 드론축구 경진대회’ 등 전국 규모 경진대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양천구청 3층 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본선이 진행되는 ‘챗GPT 영어 스피치 경진대회’는 챗GPT로부터 얻은 답변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핵심은 누가 챗GPT에 적절한 질문을 잘 던지는가이다. 같은 날 양천공원 드론축구경기장에서 열리는 드론축구 경진대회는 부딪쳐도 깨지지 않는 탄소복합소재 장비로 둘러싼 드론볼을 상대방 골대에 넣는 새로운 경기다. 이 가운데 ‘챗GPT 영어 스피치 경진대회’는 이번 Y교육박람회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저는 미래 인재상은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지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그냥 검색해보면 답이 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창의적인 질문을 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미래 교육에서는 단순하게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정확하게 질문해서 창의적인 답을 만들어내는 게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질문형 인재가 미래형 인재’라는 교육박람회의 철학에 맞춰 18일 오후 5시에는 이기재 구청장이 양천구 청소년기자단 소속 두 중학생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양천구청 책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안유정(신화중 3년)·이채율(신남중 2년) 청소년기자는 이 구청장에게 교육박람회와 관련한 궁금증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날 두 청소년 기자는 “Y교육박람회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청소년기자)과 “미래교육과 관련해 검토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사업”(안 청소년기자)에 대해 질문했고, 이 구청장은 “박람회의 주 콘셉트는 미래교육”이라며 “미래교육에 대한 얘기는 많은데 아직 정리는 안 된 상태여서 교육박람회를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는 장을 마련하려 한다”고 답했다.
교육은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지지만 합의를 얻기가 정말 어려운 분야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별되는 기술 발전이 점점 빨라지고 있고, 교육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도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은 이런 성격 때문에 더더욱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이기도 하다. 중앙정부나 교육청 등에서 큰 그림을 그리지만, 결국 그 그림 사이의 빈틈을 메워 완벽하게 하는 데는 ‘주민들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는 기초지자체’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올해 전국 규모의 교육박람회를 여는 양천구의 ‘선도적 노력’이 더욱 돋보인다. 양천구의 새롭고도 과감한 시도가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하나의 모범을 만들어내길 기대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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