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로 붐볐던 교정이 어쩌다"…한국국제대 오늘 폐교, 45년 역사속으로
다른 학교 편입학 학생들 ”두려움·기대감“ 교차
(진주=뉴스1) 한송학 기자 = "갈 길이 정해져 있는데 어떻하겠어요. 폐교한다니 시원섭섭합니다."
한국국제대에서 31년을 근무한 70대 A씨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경비원인 A씨는 한국국제대 정문을 30년 넘게 지키면서 학교의 모든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버스가 빼곡할 정도로 학생들이 많았고 교정에는 사람이 넘쳐나는 시절이 있었는데 막상 학교가 폐교해 이곳을 떠난다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정문 앞 관리동에서 개인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관리동 옆에서 그동안 가꿔온 과일나무를 만지면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듯 한참을 바라보기도 했다.
한 직원은 차량으로 개인 짐을 싣고 내려가다가 A씨를 발견하고 한참 대화를 나눴다. B씨는 개인 장비를 가지러 왔다고 말하면서 앞으로의 계획, 폐교에 따른 이후 일정, 그동안의 추억 등의 대화를 나누며 작별 인사를 했다.
폐교가 현실화하자 학교는 짐을 정리하는 학생과 직원 등으로 평소보다 분주한 분위기다.
학생 기숙사 주차장에는 여러 대의 주차된 차량에 학생들이 짐을 옮기고 있었다.
기숙사 입구 한쪽에는 짐을 잔뜩 쌓아두고 편입하는 학교 기숙사로 짐을 옮기기 위해 이삿짐 업체와 전화 통화를 하는 학생도 보였다.
다른 대학으로 편입이 확정된 특수체육교육과 4학년 박모씨는 "편입이 돼 짐을 옮겨야 한다. 한 학기만 있으면 졸업인데 막상 다른 학교로 가려니 두려움과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등 통신사 직원들은 학교 폐교에 따른 장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점검하고 다녔다.
직원 B씨는 "장비 회수 문제로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점검 후에 장비 처리를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교에서 유일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에는 10여명의 학생이 컵라면과 김밥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폐교와 편입에 대한 소감을 묻는 말에 한 학생은 "편입이 잘 된 것 같다. 편입을 했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변에 있는 학생들도 폐교에 대해서는 이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편의점 앞 재활용품 등 보관장소에는 쓰레기 봉지와 재활용 쓰레기들이 치워지지 않고 널브러져 있었다.
한 주민은 쓸만한 서랍 2개를 자신이 타고 온 차량으로 옮기고 있었다. 학교와 이야기를 해 서랍을 가져가기로 했고 어차피 내버려 두면 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직원들은 폐교가 현실이 되자 외부인들에 대한 경계심이 이전보다는 다소 느슨해진 분위기였다.
한 직원은 "오늘이 마지막 근무라 짐을 정리하고 있다. 오랫동안 근무를 한 곳인데 폐교를 한다니 씁쓸하다"며 "오늘 일과 후에는 학교 교문을 닫고 학교를 폐쇄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사무실에서는 찾아가지 않은 우편물을 치우고 있었다. 사무실 출입문에는 우편물 도착 안내 스티커가 수십장 붙어있었고 사무실 안에서 한 직원은 "우편물을 찾아가지 않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제대는 1978년 3월 설립한 진주여자실업전문학교가 모태다. 이후 2003년 4월 일반대학인 4년제 진주국제대로 변경했다. 2008년 3월에는 한국국제대로 교명을 변경했다.
재정난은 2018년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돼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심각해졌다. 교수 채용 비리로 이사장 구속, 임금 체납으로 고소·고발 등 지속해서 문제가 터지면서 학교 이미지도 실추됐다.
2003년 4년제 대학으로 출발할 당시 입학정원은 1265명이었지만 올해는 393명으로 더는 등록금만으로는 학교를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2021년 80명이던 교직원 수는 올해 58명까지 줄었었다.
재정난 극복을 위한 2018년부터 추진된 진주 학사(기숙사) 매각작업은 2021년 부동산 개발업체와 76억원에 매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정상화를 기대됐지만 이마저도 학교의 부채 관계 등을 이유로 불발됐다.
100억원의 임금체불과 건강보험, 국세, 지방세 등 공과금 10억원이 밀린 상황에서 학교는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웠다.
임금을 받지 못한 50여명의 전·현직 교직원들은 지난 5월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해 법원은 지난 7월 12일 파산을 선고했다. 법인 학교 부지, 건물 등은 선임된 파산관재인이 정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재학생들의 다른 학교 전입 문제는 교육부가 특별 편입학을 추진하고 있지만 촉박한 일정과 각 대학 사정들이 모두 달라 일부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700여명(휴학생 포함) 학생 중 편입을 원하는 학생은 380여명, 이 가운데 64명이 경상국립대, 경남대 78명, 인제대 55명, 창원대 11명이 편입학이 확정됐다. 또 간호학과 120명 전원이 창신대로, 방사선과 15명 중 13명이 가야대 편입학이 결정됐다.
도내 일부 대학들이 한국국제대 학생들의 편입학을 꺼리는 분위기와 학생들도 특정 대학교 편입학을 원하지 않고 있어 전체 학생들의 편입학은 어려울 전망이다.
ha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한달 120 줄게, 밥 먹고 즐기자"…편의점 딸뻘 알바생에 조건만남 제안
- 지퍼 열면 쇄골 노출 'For You♡'…"이상한 옷인가?" 특수제작한 이유에 '반전'
- "순하고 착했었는데…" 양광준과 1년 동고동락한 육사 후배 '경악'
- 숙소 문 열었더니 '성큼'…더보이즈 선우, 사생팬에 폭행당했다
- 미사포 쓰고 두 딸과 함께, 명동성당 강단 선 김태희…"항상 행복? 결코"
- "로또 1등 당첨돼 15억 아파트 샀는데…아내·처형이 다 날렸다"
- "자수합니다"던 김나정, 실제 필로폰 양성 반응→불구속 입건(종합)
- '나솔' 10기 정숙 "가슴 원래 커, 줄여서 이 정도…엄마는 H컵" 폭탄발언
- '55세' 엄정화, 나이 잊은 동안 미모…명품 각선미까지 [N샷]
- "'누나 내년 35세 노산, 난 놀 때'…두 살 연하 예비신랑, 유세 떨어 파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