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균형개발사업, 정치와 마주치면 한낱 ‘정쟁꺼리’로 추락

2023. 8. 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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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잼버리 리포트 10] 국토균형발전은 이념, 진영논리 떠나 헌법적 가치...‘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게 정치 논리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목표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이다. 이를 위해 진정한 지역주도 균형발전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이전 정권 때부터 설치돼 있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서 지방분권위원회와 통합시켜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방시대위원회는 대통령에게 정책을 건의하고 자문하는 단순 자문위원회가 아니라 지방시대 종합계획 등 분권과 균형발전에 관한 핵심적인 정책에 대해 심의‧의결을 하고, 각 부처가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평가하는 등 법적 구속력을 갖춘 분권과 균형발전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에서 모든 지역이 고루 발전할 수 있는 건전(?)한 ‘국토균형발전사업’이 실재로 존재하고 제대로 추진되고 있을까?
▲ⓒ전주MBC뉴스화면
지역균형개발은 역대 정권마다 중점 국정목표이기도 하다. 국민의정부 시절인 2000년에는 "99년 예산인 1124억원보다 39.2%나 늘어난 1564억원을 지역균형개발사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증가율은 2000년도 정부 전체예산 증가율인 5%, 건교부 전체예산 증가율인 3.8%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으로 “이는 ‘국민의 정부’ 출범 이래 국정과제의 하나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1999년 10월 06일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랑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따라 낙후지역등 지방의 기업활동과 생활여건이 크게 호전돼 수도권 집중현상이 완화되고 국토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화자찬한 것이다.

국토 균형발전은 이념, 진영논리 넘어선 헌법적 가치

이러다가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3년 12월 19일 ‘무분별한 지역개발사업... 이제 그만!!’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국토의 과잉,난개발을 차단하기 위해 지역개발사업 평가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히고 나선다.

그만큼 지방자치시대에 부분별하고 무계획적인 개발사업이 많이 추진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라는 국정과제를 채택했으며 새로운 지방시대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서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지방시대는 균형발전이라는 국토공간의 공정, 지방분권이라는 중앙권력의 공정이 이뤄진 나라”라고 설명한다.

우동기 위원장은 또 “국토 균형발전은 이념이나 진영논리를 넘어선 헌법적 가치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30일 국회 소통관은 ‘새만금’과 ‘우주항공청’사업 관련해서 자기진영의 논리를 주장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가진 민주당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로 북적북적했다.

불공정, 새만금 예산 삭감은 ‘전북 죽이기’

이날 민주당 전북지역 국회의원 8명은 새만금 예산 삭감을 '전북 죽이기'라고 규정하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새만금의 역사를 부정하고 새만금 지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부산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중기재정계획상 내년에 1647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5363억 원이 반영됐고 790억 원 투입 예정이었던 새만금 공항은 고작 66억 원만 결정됐다며 정부의 불공정한 지역균형개발사업 지원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전북 새만금 관련 주요 SOC 10개 사업의 부처 반영액은 당초 6626억 원이었으나 기획재정부 심사 과정에서 무려 75%인 5147억 원이 삭감됐다.

이날 경남도민들로 구성된 ‘우주항공설치범도민추진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민주당의 적극적 협조를 요구하는 경남의원 명의의 성명서를 읽고 있다. ⓒ경남신문
’한국형 NASA‘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한 특별법 통과를 앞두고 정쟁을 일삼는 정치권의 행태에 경남도민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과기부 산하에 차관급 우주항공청을 설치하자는 구상인 반면에 야당은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대통령직속 국가우주위원회 산하의 장관급 기구인 ’우주전략본부‘ 신설을 주장하면서 국회 통과가 하세월이라는 것이다.

추진위는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대전유성갑 조승래 의원의 총선을 염두에 둔 개인적 정치활동” 때문이라고 특정의원을 직접적으로 거명하면서 “우주항공청을 정쟁과 타협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발목잡기는 역사에 범죄 행위

국민의힘 소속 경남 국회의원들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안 논의가 지연된 책임이 ‘민주당의 발목잡기’에 있다”고 비판하면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위원장인 최형두(창원 마산합포구) 의원 등 6명의 국회의원들은 “경남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는 법률을 민주당이 가로막고 있다”며 “우주항공청 설치 근거인 특별법안은 지난 5월 국회 과방위에 상정됐지만 민주당의 발목잡기로 시간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를 항의 방문한 추진위는 “전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이 기회를 놓친다면 역사에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 지역공약‘ 17개 시도 7대공약 15대 정책과제에 포함돼 있다.

마찬가지로 새만금 메가시티.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도 새만금공항과 도로, 철도 및 산업입지 등 핵심 인프라 구축 내용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가 정책과제에 포함돼 있다.

반면에 충남은 우주항공청에 대한 정책과제는 포함돼 있지 않으며 충청권 서해 관문 역할을 하게 될 서산민항 건설이 들어 있다.

여야 정쟁과 다툼 앞에 법도 국가책무도 휴지조각

이처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대통령 공약사업이 여야 정쟁에 휘둘려 표류하거나 실종된 사업은 한두 가지가 아니며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지역 갈등을 극복하고 동서 화합을 이룬다는 정치적 의미 뿐만 아니라 영·호남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지역균형발전의 축이 될 수 있기에 여야 국회의원 261명이 참여해 헌정 사상 최다 발의로 기록된 ’달빛고속철도 특별법‘도 수도권에서 ’예산낭비사업‘라고 시비를 걸면서 터덕거리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지역개발사업은 정부 스스로가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하고 헌정 사상 최다의원이 발의하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도 여야의 정쟁과 싸움에는 대책이 없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법 제4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① 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세계잼버리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5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보면 ①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새만금사업을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상호 협력하여야 하며 새만금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으며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새만금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재원조달계획 등을 수립하여 필요한 재원이 반영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날만 새면 싸우느라 국가와 자치단체의 책무를 정한 법조문은 한낱 휴지조각으로 전락했으며 무용지물이 되고 방치된 지 오래다.

또 한 사례, 최근 치과계 숙원사업 중 하나인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근거 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전북도민은 다시 고개를 떨궈야 했다.

전북 남원 공공의대는 2018년 전북 남원 서남대 폐교로 의대 정원이 타 대학으로 흡수되면서 공공의료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을 만들자며 정부와 국회가 공감했던 사안이다.

그러데 예상치 못한 숱한 정쟁과 반대에 부딪쳐 현재까지도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무분별한 과잉,난개발도 사라져야 하겠지만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파하는 식의 정치권의 해묵은 정쟁과 보복의 정치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국토균형개발사업, 정치와 마주치면 '정쟁꺼리'로 추락

정부는 새만금 관련 주요 SOC예산을 무려 5000억 원 이상 삭감한 데 이어 기본계획까지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한덕수 총리는 “장기 발전을 제대로 하기 위해 대개 10년 내지 5년에 한 번은 새만금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기본계획 재검토 결정은 잼버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지역균형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적 사업에 대해서 합리적인 분석과 미래지향적 검토 과정도 거치지 않고 인정사정 볼 것이 예산부터 난도질하고 나서 기본계획까지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새만금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전북으로 돌리고 보복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적사업이 정치를 만나게 되면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기 위한 균형개발사업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한낱 ‘정쟁꺼리’로 추락하고 만다는 논리가 성립되고 있다.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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