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힙합 대 힙합, 조광일&쿤타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Show Me The Money 10’에 출연해 하나의 드라마를 그려내며 음악이라는 요소로 감동을 선사한 래퍼 조광일과 쿤타. 조광일은 압도적인 속사포 랩 실력으로 편견을 입증, 쿤타는 독보적인 음색과 무대 위 노련함으로 분위기를 장악해 출연 당시 화제를 모았는데.
지난 5월 2일 스컬과 쿤타가 주축인 레이블 사자레코드는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조광일의 합류 소식을 알렸으며 3일 조광일, 쿤타, 스컬이 모두 참여한 첫 단체 싱글 ‘Gold’을 발표해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준비가 되어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 준비가 된 이들이었기에 ‘쇼미 10’ 정상의 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그들. 거짓 하나 없이 털어놓은 리얼 힙합, 래퍼 조광일과 쿤타의 인터뷰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Q. 화보 촬영 소감
조광일: 촬영 작가님이 너무 잘 이끌어주시고 시안도 멋진 콘셉트들로만 짜여있어 새로웠고 재미있었다.
쿤타: 준비된 착장 중 갖고 가고 싶은 옷이 많아 약간 탐났다. 하지만 정작 촬영 끝난 후 옷은 다 빠져있어 슬펐고(웃음) 즐거웠던 촬영이었다.
Q. 최근 근황
쿤타: 회사에서 ‘컴퓨터에 쌓아놓지 말고 앨범을 좀 내라’해서 하나둘씩 작업하며 싱글을 계속 내고 있었고 현명한 소비를 추구하는 편이라 현명하게 쇼핑하며 지냈다.
조광일: 마찬가지로 이번 연도에 낼 곡들이 많아 계속 작업했다. 조광일이라는 래퍼의 사랑 노래도 작업 중에 있고 아마 11월쯤 나오게 될 것 같다.
Q. 자신의 성격과 매력을 반영한 ‘다섯 글자’ 자기 PR
조광일: ‘꾸준한 녀석’. 좋아하는 것에 한해 그 어떤 부분에서든 꾸준한 사람이라 생각해서.
쿤타: ‘영원히노(NO)철’, ‘노홍철처럼’.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고 싶다. 내가 보는 노홍철 님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는데 그게 남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것과 동시에 돈을 그렇게 번다는 것은 진짜 인생 최대 복인 것 같다.
Q. 21년 방영했던 예능 ‘Show Me The Money 10’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
쿤타: 그 당시 염따도 방송에서 밝혔다시피 우리는 우승이 목표가 아니었다. 마지막 날 위염, 역류성 식도염 등 컨디션 난조로 변기 잡고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성대가 성치 않은데 어떻게 노래를 똑바로 부르겠냐. 피디님이 ‘괜찮아?’라고 했는데 웃으면서 ‘괜찮아요!’ 하고 무대에 올라 음정이 다 나갔지만(웃음) 퇴근이 코앞이라는 생각하고 꿋꿋하게 무대를 했던 것 같다.
조광일: 내가 맨 마지막 순서였던 2차 무대가 기억이 안 난다. 새벽 2시에 일어나 그다음 날 새벽쯤에 무대를 했었는데 잠도 제대로 못 자기도 했고 그 당시 소극적이었으며 움츠러들어있었다. 어떻게 무대를 했는지 방송 보고 알았다.
Q. ‘Show Me The Money 10’ 성장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쇼미’가 인생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쿤타: TOP4가 되고 엠넷 본사 직원 세 분이 길안내를 해주셨었다. 본사에 있으면 미래의 감독님들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는데 인턴이라더라. 그때 실감이 났다. ‘나는 그동안 오디션을 안 봤던걸 몰아 보고 그 모습이 방송으로 중계됐을 뿐이고 사람들은 다들 오디션을 보고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계기로 직장인들에 대한 시각이 굉장히 많이 변했다. 몇 대 몇이라는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인생들이지 않냐. 내가 대단하다기보다 주변인들의 노력과 수고에 짠한 감정이 들었다.
조광일: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 불호였던 분들이 많았는데 매 회차를 보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내 음악을 많이 들려드릴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었던 점이 음악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Q. 서바이벌 프로그램 각자의 성향과 잘 맞았나, 매 무대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꾸몄는지 궁금하다
쿤타: 이건 맞을 수가 없다. 항상 모든 게임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지 않냐.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인턴 분들 보면서 느낀 게 누군가가 사라지고 살아남는 게 비참하다고 느꼈다. 나는 마음이 약해서 성취감과 재미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사람들에 대해 ‘저 사람도 열심히 했는데. 나는 올라가고 저 사람은 떨어지네’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 아팠다. 그래서 나중에는 퇴근을 빨리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변했다. ‘이 끝없는 던전을 나가야겠다’(웃음) 하면서.
조광일: 나는 서바이벌이라서가 아니라 매 무대마다 자신이 엄청 차 있었다. 어떤 일에도 준비를 많이 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실제로 준비를 많이 하기도 했었다. 그러면 성향과 맞았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은 맨날 가득인 상태에서 무대를 꾸몄다.
Q.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된 계기
조광일: 아직도 음악이 내 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 만약 내가 요리에 재미를 느낀다 하면 그걸 할 수도 있는 거고. 음악 하는 순간 계속 행복하고 재밌어서 하는 거지 이런 마음이 사라지면 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어렸을 때 ‘노래방 가기 귀찮은데 집에서도 해보고 싶다’하는 생각이 들어 마이크를 사면서부터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쿤타: 인문계였는데 유일하게 잘하는 게 음악뿐이었다. 또 정규교육과정을 밟은 게 아니라서 확신이라는 건 하나도 없이 잘할 줄 아는 재능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의미를 찾아갔고 어느 순간 눈떠보니 여기 있었다.
Q. 곡 작업에 있어 영감의 원천은
조광일: 비트와 내가 겪었던 일뿐.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하나 상상은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도 한 데다 어떤 감정인지 몰라 랩 하면서 감정선을 실을 때 몰입이 안 돼서 직접 겪었던 일로 작업한다.
쿤타: 무조건 현실 경험. 그런 건 있다. 만약 간접경험을 해야 한다 싶으면 상황과 유사한 게임을 하거나 몰입되는 드라마, 영화를 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쓰거나 해서 다른 곡에 들어가 작업하거나 할 수는 있겠지만 내 앨범 내에서는 웬만하면 없었던 일들을 쓰는 것은 안 하려 한다.
Q. 작업하다 막힐 때 풀어나가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조광일: 정해놓고 작업을 하지 않는다. 작업이 막히는 비트가 있다면 다른 비트로 넘어가 작업하고 ‘오늘 작업이 막히면 내일 하면 되고’라는 생각이라 딱히 슬럼프도 없고 막힌다는 개념이 없는 것 같다.
쿤타: 나는 아니다(웃음).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작업을 한다. 작업이 막히면 일단 노력해보려 하지만 계속 노력한다 해서 결과물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내 영역을 넘어섰을 땐 그냥 ‘잘 나와라’하고 기도한다.
Q. 꼭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
쿤타: 쿤타가 할 수 있는 건 너무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용하는 멜로디 등 한정적인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젠 제삼자한테 ‘이런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하는 곡을 역으로 받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면 작업하고 싶은 분들 진짜 많다. 요즘 제일 매너리즘에 빠진 게 메시지다. 이제 ‘내가 할 얘기는 끝났다’ 생각하고 할 얘기가 없어진 것 같다. 메시지가 어느 순간에 날아가버린 것 같은 느낌.
조광일: 어렸을 때부터 너무 동경하고 존경했던 래퍼 에미넴. 진심이다. 죽이는 스케일의 트랙으로 하나 내보고 싶다.
Q. 인생이나 음악적에서 슬럼프는 없었나, 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가
조광일: 딱히 없다.
쿤타: 제일 큰 슬럼프는 음악 보다 사람한테서 느낀 것 같다. 주변에서 나를 이용하려는 낌새가 있다면 칼같이 끊어내고 추후 유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을 바꾸던 자신을 바꾸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끊임없이 고찰하면서 극복했고.
Q. 롤모델이 있는지
조광일: 내가 생각한 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라 롤모델이 없다.
쿤타: 노홍철. 책방에다가 빵 만들고 여행 다니시고 나는 매체에 나와도 그만 안 나와도 그만인 듯 느껴졌다. 아무 문제 없이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는 제일 행복한 연예인인 것 같아 부럽다.
Q. MBTI & 본인이 바라본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쿤타: I일 때도 있고 E일 때도 있는 ENFP. 나만의 세계가 있다. 내가 바라본 나는 살짝 조울증이 있는 것 같고 산만한 편인 것 같다.
조광일: INFP. 객관적으로 나를 보면 답답하기도 한데 되게 멋있는 사람, 반반이 공존하는 것 같다.
Q. 평소 취미
조광일: 요새 배드민턴에 재미를 느껴 즐기고 있고 게임(롤)하고 영화 본다.
쿤타: 애니 ‘릭 앤 모티’ 팬이라 3·40번은 본 것 같다. 의미 없이 정주행 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다’ 싶으면 틀어놓고 하루를 정화한다.
Q. 이상형이 있다면
쿤타: 자기 관리 철저하고 나를 이해해 주며 내가 하는 일 존중해 주는 사람이 좋다. 본인의 신념을 저버리는 사람만 아니면 괜찮다. 굳이 외적으로 꼽자면 힘든 상황에도 맑은 표정을 유지하는 사람을 보고 느낀 게 많아 웃는 모습이 예쁜 분 좋아하는 것 같다.
조광일: 나는 강아지, 고양이, 게임을 좋아해서 관심사나 취미가 잘 맞는 사람이면 좋겠다. 외적인 부분에서 연예인으로 꼽자면 예전에 배우 한효주 님의 영화를 다 볼 정도로 좋아했었다. 지금은 외적 이상형 없고 그때그때 느낌에 맞는 분.
Q. 앞으로의 계획
조광일: 이번 해가 가기 전에 곡을 많이 낼 계획이고 내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작업할 것.
쿤타: 현실 앞에서는 장사 없다.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나가는 것이 계획. NO PLAN IS MY PLAN.
Q. 최종목표
조광일: 목표를 정해두고 가지 않는다.
쿤타: 돈 많이 벌고 우리 가족만 행복하면 된다.
Q. 대중들에게 조광일, 쿤타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조광일: ‘열심히 하던 멋진 사람’ 정도로 기억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있고.
쿤타: 철이 없다는 게 변하지 않았다는 거 아니겠나. 이런 맥락에서 일관성 있게 ‘철없는 놈’으로 기억되고 싶다. 부모님께는 잘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웃음) 어차피 철은 강제로 들게 되어 있다. 죽을 때까지 ‘쟤는 왜 이렇게 철이 안 드냐’ 이렇게만 기억돼도 ‘내 인생 참 잘 살고 있구나’라고 느낄 것 같다.
한효주 기자 hhz@bntnews.co.kr
EDITOR : 한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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