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 경관 조명 2200개…낙동강하굿둑 '빛공해' 논란
LED램프 2200개 설치해 야간 경관 조명 운영
철새도래지와 바로 맞닿아…철새 빛공해 우려 목소리
전문가 "철새 경로 교란·충돌 사고 우려…생태계 전반에 영향"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철새도래지와 불과 1㎞ 떨어진 낙동강 하굿둑에 램프 2200개로 구성된 경관 조명이 설치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인공 불빛이 철새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환경 영향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자원공사 부산권지사는 최근 낙동강 하굿둑에 대해 예산 162억 원을 들여 경관 리모델링 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공사는 550m 길이의 하굿둑에 LED 램프 2200개를 설치해 철새의 형상 등을 표현하는 경관 조명을 설치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공사는 철새의 형상 등을 빛으로 연출하는 콘텐츠를 통해 하굿둑이 부산의 랜드마크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낙동강 하구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발돋음하게 될 것"이라며 "경관 조명과 현대적 디자인 구조물로 많은 시민들이 찾는 서부산지역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굿둑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낙동강하류 철새도래지와 불과 1㎞가량 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만큼 빛공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인 철새도래지 주변 사업에 대해 현상 변경 허가 여부를 심의했다. 그 결과 조명 시설이 철새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1년 동안 경관 조명을 시범운영해 환경 영향을 모니터링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조명 운영 시기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데, 경관 조명이 철새 서식에 영향을 미칠 경우 철새도래기간인 10월에서 3월 사이에는 경관 조명을 켤 수 없다.
환경단체는 낙동강하류는 사계절 내내 새들이 찾아오는 곳이라며 경관조명이 철새들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습지와새들의친구들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수많은 철새들이 쉬어가고, 머무르는 철새도래지의 한가운데에 경관 조명을 설치하는데 어떻게 피해가 없겠냐"며 "이 곳은 여름에는 여름 철새가 오고, 봄과 가을에는 이동하는 새들이 오는 등 사시사철 새들이 늘 오는 지역으로 절대 인공 조명을 설치해선 안 되는 곳"이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도 인공조명으로 인한 빛공해가 철새들의 이동 경로를 교란시킬 뿐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최창용 산림과학부 교수는 "대부분 철새들은 밤에 이동하는 특성을 가지는데, 어두운 밤에 불빛이 보이면 그 방향으로 치중되면서 경로에 혼란이 생긴다"며 "이 경우 이동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들어 생존율까지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적인 빛에 이끌려 날아들다가 구조물에 부딪혀 죽는 사고도 유발할 수 있다"며 "또한 인공 불빛은 새들뿐 아니라 새들의 먹이가 되는 곤충이나 많은 생물에게도 영향을 미쳐 생태계 전반에 교란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지정된 보호구역과 맞닿은 곳에 인공조명이 설치되며 앞으로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부산대 주기재 생명과학부 교수는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으로 지정된 곳에 조명 설치를 허가해 준 것 자체가 보호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이렇게 난개발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지켜야할 마지노선이 분명히 있다. 겨울철새 도래기간이라도 조명 운영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수자원공사 측은 "설계 단계부터 철새들에 대해 일부 우려가 있어 학계, 전문가, 시민환경단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 반영했다"며 "문화재청 허가 조건에 따라 1년 간 철새에 대한 영향을 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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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정혜린 기자 rinpor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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