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까지 쾌속 승진"…기업들 인사제도 바꾸려는 속내는?
삼성·LG 등도 실력·성과 중심 승진 제도 개편 추진
젊은 인재 발탁 긍정적 평가에도…경쟁 심화 우려도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대기업들이 나이나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에 따라 직원들에게 승진 기회를 주는 인사 제도를 속속 도입하려 한다.
실력에 맞는 보상 체계를 중시하는 MZ세대 일부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성과에 대한 압박과 경쟁 심화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사는 기술사무직의 직급별 승진 연한을 'CL2(사원) 4년-CL3(선임) 4년-CL4(책임) 10년-CL5(수석)'에서 '4년-2년-5년'으로 단축하는 '성과보상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 개편이 추진되면 입사 후 수석(부장)까지 걸리는 최소 기간이 18년에서 11년으로 단축된다. 이러면 30대 임원은 물론 40대 사장 탄생도 가능할 수 있다.
승진 연한 단축은 최근 대기업들 사이에 화두가 됐다.
삼성전자는 직원 승격의 기본 조건이었던 '직급별 표준 체류 기간'을 폐지하는 내용의 새 인사제도를 시행 중이다. 기존 CL2(사원·대리급), CL3(과·차장급)는 각각 10년 가까이 지나야 승진 심사를 받을 수 있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업무 성과와 직무 전문성을 증명하면 승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쳤다.
LG그룹도 지난 2017년 ㈜LG, LG전자 등 주요 계열사 직원의 직급 체계를 기존 5단계(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에서 3단계(사원-선임-책임)로 줄였다. 계열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LG전자는 '사원 4년-선임 8년-책임'의 승진 연한을 적용해 12년 만에 부장에 오를 수 있도록 등용문을 마련했다.
재계 관계자는 "연공 서열보다 성과와 보상을 중시하는 분위기에 맞춰 대기업 인사제도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높은 성과를 창출한 구성원에게 더 확실한 보상을 해준다는 측면에서 승진 연한 단축이 고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공서열 타파 긍정적이지만…승진 밀리나 우려도
특히 젊은 직원들의 조기 퇴사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실제 국내 4대 그룹 계열사들의 20대 이하 직원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 중 20대 직원의 비중은 30.8%, SK하이닉스도 29.6%에 그쳤다. LG전자는 16.3%, 현대차는 12.6% 수준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재택근무가 늘면서 인간관계가 파편화된 측면이 있고, 젊고 우수한 인재일수록 기업 간 이동이나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직원들이 적정한 보상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는 것도,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승진 연한 단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우선 일부 승진이 누군가에게 조기 퇴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승진율은 그대로 유지하고, 승진 기한만 단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이 관리직까지 승진할 수 없으므로,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은 오히려 승진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만큼 사내 경쟁은 더 치열하고, 성과에 대한 회사의 요구도 심해질 수 있다.
'절대평가'가 확대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삼성전자도 현재 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90% 직원을 대상으로 절대평가를 시행 중이며, SK하이닉스도 이번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등급 평가를 폐지하는 등 절대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등급 평가를 간소화하면 임원이나 팀장의 인사 평가 권한이 강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연구직이나 개발 같은 직무는 성과를 계량화하기 쉽지만, 경영지원 부서는 인간 관계 등이 인사 고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SK하이닉스 사무직노조도 지금보다 더 팀장 권한이 강화되면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사측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새 인사제도 개편은 구성원 간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높은 성과를 창출한 구성원에게 더 효과적인 보상을 지원하는 형태로 바꾸려는 것으로 현재 검토 중인 사안"이며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앞으로 성과관리 제도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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