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교사가 홀로 감당할 수준 벗어나”···서초구 사망 교사 유족 순직 신청
지난달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유족이 순직을 인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유족 대리인 문유진 변호사(법무법인 판심)는 31일 오전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순직유족급여청구서를 접수했다. 순직유족급여는 공무원이 공무상 부상이나 질병으로 사망했을 때 유족에게 지급하는 급여다. 해당 교사는 학급 문제학생 지도 등에 평소 어려움을 겪어오던 중 학급 내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얼굴을 연필로 긋는 이른바‘연필 사건’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변호사는 “문제학생 지도와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업무로 고인이 맡은 업무는 일반 교사가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며 “업무 스트레스가 극한에 이른 순간 연필 사건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학부모의 민원 등이 계속되자 24살의 사회생활 2년 차인 고인은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이 느낀 두려움은 개인용 휴대전화로 오는 학부모 민원에 ‘소름끼친다’는 반응을 보이며 안절부절못한 행동에서도 드러난다”며 “그 결과 고인은 연필 사건 발생일로부터 5일이 지난 7월17일 오후 9시쯤 퇴근도 하지 못한 채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실에서 사망했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다음날인 지난 7월18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순직은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정상적 인식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려 자해 행위에 이르렀을 때 인정받을 수 있는 행정적 절차’로, 경찰 수사나 해당 학부모에 대한 범죄 혐의 인정과는 별개라고 주장한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접수된 순직유족급여 신청은 담당자가 사망경위조사서 등을 첨부해 공무원연금공단으로 이송한 뒤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가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공무상 문제로 해당 교사가 정신적 문제를 겪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선생님께서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교사가 법원에서 순직을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학생·학부모와의 갈등을 겪던 도중 정년퇴직을 한 학기 앞두고 2017년 2월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교사는 2019년 행정법원 판결로 순직을 인정받았다. 당시 법원은 사망 원인이 된 우울증이 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생긴 질병으로 공무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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