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아니어도 잘 팔린다…中 전기차 무서운 질주 [클릭! 세계 산업 속으로]

이슬기 2023. 8. 3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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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세 무섭다"
가성비는 옛말, 고급화로 달려가는 중국차
中 자동차 수출단가 5년 만에 16배
올해 中정부 자동차 육성정책 더 키울듯

'중국산' 하면 많은 사람들이 흔히 '가성비'란 단어를 떠올립니다. 저렴하긴 한데 성능은 그저그런 상품이 많다는 인식에서입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중국산은 이제 가성비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게 산업계의 공공연한 시각입니다. 각종 데이터를 보면 중국산 자동차는 세계에서도 고급화 시장에서 조금씩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거죠. 이번주 '클릭! 세계 산업 속으로'에서는 중국의 자동차 산업 현황을 알아봅니다.

31일 코트라 중국 베이징무역관이 작성한 '中, 2023년 상반기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부상' 자료에 따르면 1~6월 중국 자동차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한 214만 대를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1위 자동차 수출 국가인 일본의 자동차 수출량은 같은 기간 17% 증가한 202만3000대를 기록하면서 2위로 밀려났죠. 

물론 중국과 일본의 순위바뀜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영향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사태 이후 글로벌 메이커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사업을 축소하는 와중에 중국기업들이 러시아향 수출을 대폭 늘렸기 때문입니다. 실제 중국차의 러시아 수출량은 2021년 15만3000대에서 2023년 상반기 32만6000대로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2년 동안 팔 물량을 반 년 만에 다 팔아치운 셈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차의 선전이 오롯이 우크라이나 사태에만 기댄 건 아닙니다. 중국 자동차 수출량이 많은 10개 국가를 보면 올 상반기 미국을 제외한 9개 국가(러시아, 멕시코, 벨기에, 호주, 영국, 사우디, 태국, 스페인, 아랍에미리트)에서 중국차 수출량이 모두 증가했습니다. 전세계에서 중국차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죠. 실제 최근들어 일본과 중국 간 자동차 수출량은 꾸준히 좁혀져 왔습니다. 2017년만 해도 일본(470만대)과 중국(89만대)의 자동차 수출량은 380만대나 차이가 났었는데, 작년에는 불과 70만대 차이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비결은 전기차의 성장입니다. 올 상반기 중국 신에너지차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0% 급증하면서 전체 중국 자동차 수출에서 25% 차지했습니다. 수출된 자동차의 4대 중 1대가 전기차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가성비' 전기차라서 많이 팔린 것일까요? 데이터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신에너지차(순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의 수출단가는 2018년 1만5000위안(272만원)에서 2021년 11만9000위안(2156만원)으로 3년 만에 10배가 되더니, 2023년 상반기에는 16만9000위안(3061만원)까지 높아졌습니다. 중국 전기차 수출이 점점 고급화되고 있다는 뜻이죠.

실제 한국 산업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중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세가 매섭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상하이 국제모터쇼 등에 참가해 중국차를 타보면 수준이 한국에 뒤처지기는 커녕 비슷하거나 더 좋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다는 겁니다. 이는 중국 정부의 파격적 육성 정책과 맞물려 있습니다. 지난 5월 중국 상무부는 중국 자동차 수출 확대를 위해 관련 부처, 기관과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심지어 중국 경제가 침체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수출이 잘 되는 중국차를 더 밀어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옵니다. 코트라는 "국내외 경기둔화 압력 증대로 중국 수출 둔화세가 현실화되면서 중국 정부는 자동차 수출 지원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한국 자동차 업계도 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인플레이션법(IRA)의 빈틈을 타 꾸준히 사상 최대 수출을 경신해 나가고 있지만 더 끈을 동여맬 필요가 있단 얘기죠. 코트라는 "우리 기업들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해외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사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중국 자동차의 제품·기술 경쟁력 강화, 산업망·공급망 구축 움직임 등을 예의주시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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