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견뎠는데··원전 오염수가 결정타” 완도 전복양식업자의 한숨

전지현 기자 2023. 8. 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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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전복 기르고 있는 김태한씨
산지 가격 반토막에도 유통 쉽지 않아
“출하하면 손해나지만 그냥 두면 폐사
정부 대출받은 이들 딴 일 종사도 못해
허리띠 꽉 졸라매도 미래가 안 보인다”
올해 초 완도의 한 전복 양식장에서 치패입식(어린 조개를 양식장에 옮겨오는 것) 중인 어민들. 김태한씨 제공

전국 전복 생산량의 70%는 전라남도 완도산이다. 완도에는 치패(어린 전복)를 키우는 업자, 치패를 받아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기르는 양식업자, 기른 전복을 팔아주는 유통업자, 전복을 키우는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자재상들이 산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일주일째인 31일, 전복을 중심으로 생계를 영위하는 섬마을 곳곳에선 ‘산업의 뿌리가 흔들리다 못해 무너져내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가계가 힘들면 먹거리를 줄이고, 보험 해약하고 적금 해약하잖아요. 저희가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 애들 학원을 줄이고, 먹는 것을 줄이고···.”

12년째 완도 보길도에서 전복 양식업을 해온 김태한씨(49)가 전복 어가들의 상황을 전하며 말했다. 올해 후쿠시마 오염수를 일본이 방류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자 전복이 ‘유통조차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복 산지 가격은 반 토막이 났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큰 전복(㎏당 8마리)은 산지 가격이 2만3217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5% 떨어졌다.

코로나 시국을 겨우 견딘 전복 어가들 사이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결정타’라는 말이 나온다. 김씨는 지난 코로나 3년을 돌아보며 “그땐 언젠가 끝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텼다. 버티고 나면 소비가 되고 경기가 돌겠지, 하고 다들 두 손 잡고 버텼다”고 했다. 이어 “그땐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있었지만 오염수 앞에선 그조차 없다. 30년을 방류한다지 않냐”며 “이미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깊은 지하가 있더라”고 했다.

김씨는 “지금 출하하면 손해만 보지만 바다 수온이 27~28도인 요즘 전복을 그냥 두면 죽어버리니 다들 1000원이라도 건지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출하하고 있다”고 했다. 오래 거래해온 유통업자가 어가들의 사정을 봐서 1~2t 사가더라도 물건이 안 팔려 전복이 수족관에 머무는 일도 잦다고 했다.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김씨는 걱정이 앞선다. 그는 “원래 이맘때쯤이면 유통업자들이 추석에 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어장을 돌아다니며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통상 초복 전 한 달, 추석, 설 대목에 한 해 물량의 60%가 출하되는데 올해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전복이 보양·고급 식재료로 여겨지는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기도 한다. 김씨는 “오염수를 방류해도 고등어, 갈치는 사람들이 계속 먹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생산원가가 높아 비싸기도 하고,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먹는 식재료가 아닌 전복은 다르다”고 했다. 전복의 소비 특성상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을 필요하면 먹겠지만 굳이?’하는 심리가 작용하기 쉽다는 것이다. “가격이 바닥 치듯 떨어져도 사람들이 안 사 먹는 게 그 증거”라고 김씨가 씁쓸히 말했다.

전남 완도군 어업인들이 6월23일 오전 전남 완도군 완도항에서 배를 타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해상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완도의 어민들은 오염수 방류 이전부터 ‘방류를 막아달라’며 해상 시위를 벌였다. 김씨는 “그때도 이미 정부가 일본에 아무런 목소리를 내주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방류가 닥칠 것이라곤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고 방류는 현실이 됐다.

김씨는 “이후의 삶이 보이지 않는다. 전복 양식업 하는 사람들은 수협에서 대출도 안 나오는 상황이고 정부 정책자금으로 대출을 받았던 어민들은 규정상 대리운전 같은 다른 직종 종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완도에는 회생·파산을 신청한 이들이 몇백 명이니, 어느 집이 섬을 떠난다고 했다느니 하는 소문이 무성하다. 김씨가 물었다. “우리 말을 아무도 들어주지를 않아요. 방류가 시작된 이후 타격을 받은 것은 우리인데, 전복 어가에 대한 대책은 대체 어디 있는 걸까요.”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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