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기 3번 갈아타고 변장하고… 프리고진, 암살에 불안해했다

김가연 기자 2023. 8. 3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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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 '포로홉스코예 공동묘지'에 조성된 프리고진 묘./타스 연합뉴스

지난 23일 비행기 사고로 숨진 러시아 민간 용병단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생전 암살 위험을 느끼고 대비 조치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각) “프리고진은 개인 제트기 추락으로 숨지기 전부터 자신이 그런 방식으로 암살될 수 있다고 의심해 왔다”고 전했다.

매체는 전직 러시아 공군 장교, 바그너 출신 용병, 프리고진의 비행 일정을 알고있는 관계자 등을 인용해 “프리고진은 점점 늘어나는 추적자들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WSJ는 항공기 추적 서비스인 플라이트레이더24가 제공한 비행기록을 토대로 2020년 이후 프리고진의 비행 기록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프리고진이 자주 이용한 전용기는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제트기였다. 이 제트기에는 외부 추적을 감지할 수 있는 장비와 전자 차단 스마트창 등의 보안장치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기적으로 트랜스폰더(항공교통 관제용 자동 응답 장치)를 끄거나, 승객 목록을 위조하고, 비행 중 관제소에 목적지 변경을 통보하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프리고진은 아프리카 국가들로 향할 때에는 2대 또는 3대의 제트기를 갈아탔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체포 위협을 받고 신속하게 탈출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종종 변장한 상태로 활주로에서 회의를 열기도 했다.

WSJ는 “프리고진은 지난 6월 무장반란을 일으킨 뒤 보안조치를 더욱 강화했다”며 “모스크바 공군기지 등 군용비행장 이용을 중단했고, 비상사태부가 제공하는 정부 제트기 사용도 중단했다”고 했다. 이어 “아프리카로의 마지막 여행 때는 모스크바에서 30km 이상 떨어진 한적한 민영공항을 이용했고, 이륙 직전에야 승객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그런데도 (이런 조치들은) 그를 구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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