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 경기 회복’ 정부는 괜찮다는데…민간선 계속 ‘경고음’

이호준·이창준 기자 2023. 8. 3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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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지난달 산업 활동이 6개월만에 ‘트리플 감소’한 것과 관련해 정부는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차량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종료, 폭우와 무더위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가 회복하는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을 유지한 것인데, 중국발 불안, 내수위축 등으로 인해 하반기 상황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민간의 전망과 괴리감은 더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31일 내놓은 ‘7월 산업활동동향 평가’에서 “7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7% 감소했지만 월별 변동성이 큰 공공행정을 제외할 때 보합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역시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기상악화와 차량 개별소비세 변동 등에 따른 일시적 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1년 만에 최대폭의 감소폭을 기록한 설비투자의 경우 승용차 개소세를 몇 년 동안 유지했다가 환원시킨 영향으로 정부는 해석했다. 법인의 자동차 구매는 설비투자로 잡히는데 여기서 감소폭이 컸다는 얘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설비투자 감소분 중 자동차 영향을 빼면 감소율은 2%대로 축소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수출물량의 반등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서비스업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기조적 회복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고 총평했다.

실제로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4포인트 상승해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수입액과, 소매판매액지수, 비농림어업취업자수 등이 감소하며 0.5포인트 하락했다. 전달(-0.2포인트)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기대감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에는 아직 온기가 돌고 있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경기 상황을 상대적으로 밝게 해석하는 정부와 달리 민간 싱크탱크들에서는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전망치(1.8%)보다 0.6%포인트나 낮춘 1.2%로 전망했다. 한국은행(1.4%), 기재부(1.6%), 한국개발연구원(1.5%), 경제협력개발기구(1.5%), 국제통화기금(1.5%) 등 국내외 주요 기관 전망치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구원은 특히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하반기 들어 부진해질 것으로 내다봤는데, 올 상반기 3% 증가했던 민간소비는 하반기 이 절반 수준인 1.3%로, 설비투자는 4.5% 증가에서 하반기 5% 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은 성장률을 기준으로 보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는 더 높을 것 같다”면서도 “(수치가 아닌) 체감하는 상황으로서는 하반기에 하고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를 살펴보는 시선에도 온도차가 있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물량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실적에 주목하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전반적인 업황 개선이 예상보다 더 더져질 것이라는데 더 주목한다.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전년 동기 대비 35.1%나 감소했다. 하반기 수출은 이보다는 개선되겠지만 역시 전년대비 두자릿수 비율이 감소된 실적이 최대 기대치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회복 지연 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이터상으로 볼 때 하반기에 좋으려면 반도체가 지금 같아서는 안된다”며 “오늘 지표가 나온 소비나 생산이나 투자의 흐름을 볼때 이 상황에서 하반기가 ‘하고’가 된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긴축기조로 경기부진 흐름을 바꿀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다. 조 연구위원은 “지난해에 이어서 수출은 부진, 내수는 지난해 보다 회복세 둔화 그리고 투자는 위축 등 전반적인 위축 흐름이고 유일하게 남는 것은 정부 재정인데 정부도 엄청난 긴축 기조”라며 “국회를 통과한 예산을 상반기에 65% 정도 집중적으로 지출했을텐데, 하반기 남은 35%의 예산으로 경기 회복세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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