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지옥 '생활숙박시설'… 10월부터 이행강제금 부과

정영희 기자 2023. 8. 3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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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주택산업연구원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대식 의원(국민의힘·대구 동구을)은 공동으로 '생활숙박시설 당면문제와 관련제도 개선방안 세미나'를 열고 생활숙박시설의 숙박업 등록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사진=뉴시스
생활숙박시설의 숙박업 신고가 의무화되며 거주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생활숙박시설은 호텔과 오피스텔을 결합한 형태로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아 주거가 불가하지만 전매제한 등 규제가 없어 부동산 상승기에 투자가 몰렸다. 오는 10월14일까지 숙박업을 신고하지 않으면 소유자들은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31일 주택산업연구원은 국회 세미나실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대식 의원(국민의힘·대구 동구을)과 공동으로 '생활숙박시설 당면문제와 관련제도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2021년 5월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생활숙박시설의 숙박업 신고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소급입법으로 추진됐다. 아파트에서 오피스텔에 이어 생활숙박시설로 까지 번지는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에 10만여실의 생활숙박시설이 모두 불법 건축물로 간주되며 오는 10월 말 건축물가액의 연 10%에 상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이 같은 '건축법' 시행령 개정규정이 헌법상의 일반원칙인 소급입법에 의한 불이익변경금지와 신뢰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시행령 개정일 이후 건축허가를 득한 사업부터 적용되도록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생활숙박시설은 변화하는 도시 생활패턴을 반영해 2007년 '서비스드 레지던스'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다. 올해까지 8만여실이 준공된 것으로 파악되며 공사 중인 2만여실을 포함, 총 10만여실이 공급돼 국민의 생활·여가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준공된 생활숙박시설은 그동안 특별한 법적 제한 없이 서민들의 주거공간으로도 쓰였다.

집값 상승기이던 2020년 생활숙박시설은 종합부동산세 중과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투기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반영해 이듬해 5월 생활숙박시설에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관련 규정이 개정된다. 생활숙박시설을 숙박업으로 등록하고 숙박업을 영위하지 않거나 소유자 본인이 거주하는 경우 불법 건축물로 분류된다.

건설관련 규정을 개정할 때는 통상 법령 시행일 이후 인·허가를 받은 사업부터 적용되도록 함으로써 헌법상 소급입법에 의한 불이익 변경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으나, 2021년 5월에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에는 '공포한 날을 기준으로 이미 분양됐거나 준공 후 사용 중인 건축물까지 소급해 적용되도록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에 수년간 생활숙박시설에 거주해온 소유자들은 10월 말부터 매년 건물공시가격의 연 10%에 상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담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시행령 개정 이후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자 국토교통부는 2021년 10월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변경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전체 592개 단지 10만3820실의 생활숙박시설 중 오피스텔로 변경된 단지는 1173가구(1.1%)뿐이다. ▲단지 규모가 크거나 ▲인근 주민 반대가 있었거나 ▲택지지구는 준공 후 5년 이내 용도변경이 불가한 탓에 지구단위계획의 변경가능 시한이 미도달했거나 ▲주차장이나 학교 등 기반시설 확충 불가 등의 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생활숙박시설 개정규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 제시됐다. '주거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생활숙박시설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사회·경제·기술적 변화에 따라 주거수요는 세분화되고 있으며 정보화와 가족행복추구 경향의 급진적으로 사회적 교류가 가족단위로 변화됨 따라 주거와 숙박 기능을 담는 하이브리드형 '체류형 주거시설'의 하나로서 생활숙박시설이 활용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석호영 명지대 법무행정학과 교수는 '생활숙박시설 거주이전자유의 제한과 소급입법금지에 대한 법적 연구'의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석 교수는 "생활숙박시설 규제의 소급적용은 소위 '부진정소급'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소급적용을 배제해 헌법상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과 신뢰보호의 원칙을 지켜야 하며, 규제적용은 시행일 이후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며 동시에 생활숙박시설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립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생활숙박시설 규제는 법리적 문제와 사회적 파급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투기억제차원에서 급하게 추진된 면이 있다"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생활숙박시설 이용자의 주거권과 재산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상 불합리한 부분을 면밀하게 파악한 뒤 조속히 관련 법령이 개정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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