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보다 멈추기 어려울 것"…新 핵무기 경쟁 시대
핵무기 감축협정 '뉴스타트' 2026년 2월 만료 예정
AI 등 신기술도 핵 긴장 확대
지난 3월만 해도 세계 양대 핵보유국의 핵위험감축센터(NRRC)간 연결망은 미사일과 폭격기 움직임을 알리는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2011년 발효된 장거리 핵무기 제한을 포함한 '뉴스타트' 조약에 따라 작년 한해는 2000여 건이 오갔다. 하지만 이제는 탄두 수에 대한 반기별 업데이트도 중단됐다. 2020년 3월 이후 현장 사찰도 없다. 글로벌 핵무기 통제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9일(현지시간) 새로운 핵무기 경쟁이 도래하고 있다며 냉전 시대보다 더 멈추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한 말처럼 "전 세계를 파괴할 연쇄 반응"의 위험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이 서로를 파괴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면서 핵무기를 제한하고, 수많은 협정을 맺어 1986년 7만400개에 달하던 세계 핵탄두 비축량은 현재 1만2500개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관련 조약 탈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핵무기 증강 등으로 다시 핵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002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을 거론하며 탄도 미사일 조약에서 탈퇴했다. 2019년에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 부상을 이유로 중거리핵전력조약에서 탈퇴했다.
민주당 대통령들은 군비 통제에 초점을 뒀다. '뉴스타트' 조약(신전략무기 감축협정)은 2010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협상한 후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5년간 갱신했다. 이 협정을 통해 양측의 '전략적 핵무기(파괴력이 높은 장거리 무기)'가 배치된 탄두 1550개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폭격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700개로 제한했다.
다만 이 조약은 전장에서 사용하는 소형 무기는 통제하지 않고 있다는 결점이 있다. 핵 추진 순항 미사일과 어뢰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 뉴스타트 조약은 2026년 2월로 만료될 예정이지만 후속 협상이 체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전 세계 핵 비축에 대한 마지막 제약이 3년 내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반복되는 핵무기 사용 위협도 우려하는 요인이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무장시켰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처럼 '제3차 세계대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국 군대를 파견하지 않았다. 지난 2월 러시아는 '뉴스타트'를 중단했다. 지난 22일 폴란드는 러시아가 벨라루스로 전술 무기를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중국도 핵무기 증강에 나서고 있다. 조약의 제약을 받지 않는 중국은 오랫동안 수백 개 탄두를 보유 중이다. 미 국방부는 2035년까지 중국의 핵탄두 비축량이 약 15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뉴스타트의 배치 제한에 근접한 수치다.
핵 긴장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전세계에서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과 국경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인도에선 현재 160개 이상 핵탄두 비축량을 늘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슷한 숫자의 핵탄두를 보유한 파키스탄도 핵탄두 확보를 늘릴 수 있다. 약 30개 탄두를 보유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집중적으로 시험하고 있다. 이란은 사실상 임계점에 이른 핵 보유국이 됐다는 설명이다.
신기술도 전세계 핵 긴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도 미사일보다 탐지나 격추가 더 어렵다. 센서와 정확도 향상으로 기습 공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인공 지능(AI)의 확산도 컴퓨터가 핵전쟁을 어디까지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기를 꺼내들었다. 보통 수개월 동안 보이지 않던 탄도 미사일 잠수함이 최근 전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USS 켄터키호가 한국 부산항에 정박했고, USS 테네시호는 스코틀랜드 패슬레인 기지에 기항했다. 지난 10월 아라비아해에 USS웨스트버지니아호가 출몰했다. 인도 태평양 지역 미 잠수함 사령관인 제프리 재블론 해군 제독은 브레이킹 디펜스와의 인터뷰에서 "능력을 보여주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동맹국들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핵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겠다는 약속인 '확장 억지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을 인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은 핵무기 3대축인 '트라이어드'의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 산업 기반을 강화해 미래에 필요할 경우 더 많은 무기를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는 현재 미국의 핵 전력은 "약간만 충분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뉴스타트 조약이 만료되면 미국은 비축하고있는 무기를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여러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미국은 러시아보다 더 많은 증강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학자연맹은 현재 배치된 전략탄두가 약 1670개로 미국은 몇년 내 3570개를 배치할 수 있지만 러시아는 2629개 정도라고 추정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6월 미국이 러시아 및 중국과 "전제 조건없이" 군비 통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느 쪽도 논의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러시아는 핵무기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도 미국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이같은 제한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동안 핵 균형은 미국과 러시아간 군비 통제의 근간이 됐다. 하지만 3개 강대국이 관여한다면 합의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이 동맹을 맺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요인으로 지목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 한국경제·모바일한경·WSJ 구독신청하기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외인들 수건 던지고 있다"…'250조 유출' 초비상 걸린 중국
- "개 먹는 나라가 무슨…" 비난하던 외국, 이젠 배우러 온다
- "이러다 죽겠다" LG 임원의 탄식…2년 만에 6조 '잭팟' 반전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 "고향갈 때 최고다"…추석 앞두고 불티나게 팔린 '중고차'
- "진짜 고기가 아니라고요?"…한 입 베어 물었더니 '깜짝'
- "수리비 125만원, 말이 되나"…아이폰 박살 낸 中 유명 배우
- "블랙핑크는 왜 깜깜무소식이냐"…속타는 YG엔터 개미들
- '산골처녀' 中 인플루언서 알고보니…각본 따라 움직인 연예인
- 외국인도 먹방서 감탄…'세계 최고 볶음요리' 된 한국 음식
- 中 동물원 또 '가짜 곰 논란'…"등 대고 누워 방문객에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