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 탄생 비밀 풀 ‘소행성 암석 샘플’ 내달 지구 온다
NASA, 회수 위한 착지 리허설 성공
지구에서 수억㎞ 떨어진 머나먼 소행성에서 얻은 암석 표본이 다음달 24일(미국시간) 우주탐사선에 실려 지구에 도착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샘플을 안전하게 회수하기 위한 현장 리허설을 마쳤다.
만약 이 샘플에서 생명체 탄생의 계기가 될 만한 물질이 발견된다면 지구 생명체가 소행성에서 촉발됐다는 가설에 힘이 실리게 된다.
NASA는 미국 국방부가 운영하는 유타주 시험 훈련장에서 우주 탐사선 ‘오시리스-렉스’의 지구 귀환을 가정한 현장 리허설을 30일(현지시간) 실시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낙하산을 활짝 펼친 삼각뿔 형태의 캡슐이 지상으로 낙하한다. 이 캡슐은 NASA가 항공기를 높은 고도에 띄워 실제로 투하했다. 캡슐은 예정된 장소에 내려앉았다.
이번 리허설에 쓰인 캡슐은 오시리스-렉스에서 분리됐다는 가정 하에 떨어뜨린 모의 장비다. 하지만 다음 달 24일에는 다르다. NASA가 지구에서 발사한 우주 탐사선인 오시리스-렉스가 소행성 ‘베누’를 탐사해서 얻은 샘플이 그날 진짜 캡슐에 담긴 채 지구로 떨어질 예정이다.
오시리스-렉스는 2016년 발사돼 2020년 10월20일, 지구에서 3억2100만㎞ 떨어진 우주를 날던 지름 492m짜리 베누 표면에 접촉했다. 그때 암석과 먼지를 동체 안으로 빨아들였다. 이렇게 채취한 샘플 중량은 250g이다. 그 뒤 오시리스-렉스는 귀환길에 올랐고, 다음달 24일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다만 오시리스-렉스는 직접 지표면으로 내려오지는 않는다. 다른 소행성을 추가 탐사하는 임무를 부여받아서다. 이에 베누에서 채취한 샘플을 담은 캡슐만 분리해 지구로 떨어뜨린 채 오시리스-렉스는 먼 길을 떠난다. 캡슐은 지상에 접근하면서 낙하산을 펼쳐 지상으로 내려가는 속도를 떨어뜨릴 예정이다. 캡슐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는 시간은 다음달 24일 오전 10시42분(미국시간)이다.
NASA 연구진은 올해 초중반에 이미 지표면에 낙하한 캡슐이 지구 환경에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방호 조치, 그리고 절차에 따라 샘플을 분류하고 수송하는 과정 등을 숙달했다. 이번 캡슐 낙하 시험은 이 같은 준비 과정에서 남은 마지막 퍼즐이었다.
NASA는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베누에서 얻은 샘플은 45억년 전 태양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밝히는 발판”이라며 “지구상 생명체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규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학계에선 수십억 년 전, 지구로 낙하한 많은 소행성 속 물질이 지구 생명체를 만드는 기초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만약 베누에서 채취한 샘플 속에 생명체 탄생을 촉발할 만한 물질이 있다면 이런 가설에 힘이 실리게 된다.
베누에서 채취한 샘플은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로 항공 운송될 예정이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분석이 이뤄지고, 세계 과학자들에게도 샘플이 배포된다.
샘플을 담은 캡슐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한 뒤 지상에 안착하고, 그 뒤 NASA 관계자들이 샘플을 회수하는 모습은 NAS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달 24일 오전 10시부터 생중계될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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