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장기집권 가봉에 군부 쿠데타…‘빈곤 늪’ 시민들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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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대선을 치른 중앙아프리카 국가 가봉에서 알리 봉고 현 대통령(64)이 3연임에 성공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군부가 반발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가봉 선거관리위원회는 앞선 26일 알리 봉고 대통령이 64.27%를 득표해 3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의 부친인 오마르 봉고 전 대통령이 1967년에 정권을 잡은 뒤 봉고 가문의 가봉 통치는 56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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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방 노선 봉고 대통령 밀려나자…미·프 “우려” 반응
지난 26일 대선을 치른 중앙아프리카 국가 가봉에서 알리 봉고 현 대통령(64)이 3연임에 성공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군부가 반발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56년간 ‘장기 집권’해 온 봉고 가문에 대한 불만을 쌓아온 시민들은 군부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30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쿠데타를 일으킨 가봉 군부는 국영 티브이에 나와 “선거 결과를 믿을 수 없어 무효화하겠다”며 정부·국회 등 모든 국가 기관의 해산과 국경 폐쇄를 선포했다. 이들은 자신을 ‘과도기 국가기관 재건위원회’라 부르며 알리 봉고 온담바 대통령(약칭 알리 봉고)과 그의 아들, 참모 등을 부패와 반역죄로 감금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부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일한 브리스 올리귀 은구마 장군을 과도 지도자로 임명했다.
가봉 선거관리위원회는 앞선 26일 알리 봉고 대통령이 64.27%를 득표해 3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의 부친인 오마르 봉고 전 대통령이 1967년에 정권을 잡은 뒤 봉고 가문의 가봉 통치는 56년에 이른다. 오마르 전 대통령이 2009년 사망한 뒤 치러진 선거에서 아들 알리가 승리했고 2016년 재선에 성공했다. 알리 대통령은 201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이후 그의 건강과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의혹이 이어져 왔다. 그가 국외로 요양을 떠났던 2019년에도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가 진압된 바 있다.
쿠데타가 발생하자 수도 리브르빌 등엔 수백명의 시민들 거리로 나와 국기를 흔들며 군부를 지지하는 행진을 벌였다. 자신을 27살이라고 밝힌 한 청년은 로이터에 “기뻐서 오늘 여기에 나왔다. 거의 60년 동안 가봉은 전원이 나간 상태였다”고 말했다. 주요 도심에 내걸린 알리 봉고 대통령의 포스터는 줄줄이 찢겨졌다.
반세기 이상 가봉을 통치해온 봉고 일가에 대한 민심 이반은 상당했다. 가봉은 석유 등 지하 자원이 풍부한데다 인구가 많지 않아 1인당 국민소득은 아프리카 내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문의 장기 집권으로 인한 극심한 빈부격차,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등으로 국민 불만이 고조돼왔다. 군부와 그 지지자들은 봉고 일가가 석유로 부를 쌓은 뒤 국민과 공유하지 않았아 약 240만명의 국민들은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번 쿠데타는 2020년 이후 중앙·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8번째 쿠데타이다. 다만, 영국 비비시(BBC)는 가봉 쿠데타는 사헬 지역 다른 쿠데타들과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니제르 등의 최근 쿠데타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군부에 의해 뒤집힌 것이다. 가봉 쿠데타는 반세기 넘게 집권해 온 부패 집권세력에 대한 시민 ‘반발’이라는 성격을 띄고 있다. 가봉은 대서양 연안의 남쪽에 위치해 있어 다른 나라와 달리 이슬람 무장세력의 주요 근거지와도 거리가 있다.
온건한 친서방 외교노선을 유지해온 봉고 대통령은 트위터에 영어로 영상을 게재해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국제사회는 우려를 표했다. 미국은 크게 우려했고, 1960년까지 가봉을 통치해온 프랑스의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은 “군사 쿠데타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은 쿠데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이웃 국가들의 모임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향후 대응을 회원국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러시아도 조속한 안정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니제르 때와 달리 대통령의 복권 요구가 거세진 않은 편이다.
다만, 친서방 노선을 이어온 니제르에 이어 가봉에서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며 아프리카에서 서방의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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