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 "세 마라토너의 원대한 꿈, 지금 관객에게도 통할 것"
하정우 "민족의 영웅 손기정"…임시완 "국가 대표한다 생각"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우리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 마라토너들이 스크린에서 되살아난다. 다음 달 27일 개봉하는 강제규 감독의 영화 '1947 보스톤'을 통해서다.
이 영화는 1947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서윤복(임시완 분)과 그의 감독 손기정(하정우), 코치 남승룡(배성우)의 이야기를 그린 스포츠 드라마로 강 감독이 약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강 감독은 31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혼란한 시기에 세계대회에 나가서 원대한 꿈을 펼치려는 세 마라토너의 열정과 희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출을 하며) 그때와 우리가 사는 지금 시대를 당연히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며 "(저처럼) 그 당시의 시대정신이 힘들게 살아가는 현재의 많은 관객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손기정 선생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러나 일제 소속으로 경기를 뛸 수밖에 없던 탓에 시상식이 열리는 동안 고개를 숙인 채 묘목으로 일장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가렸다.
국내 신문사가 금메달 획득 소식을 전하면서 유니폼의 일장기를 지운 이른바 '일장기 말소 사건'이 일어나 언론인들이 탄압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손 선생은 베를린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친구 남승룡 선생과 함께 광복 후인 194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서윤복 선수를 이끌어 드라마 같은 역사를 다시 한번 썼다.
강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보니 어떻게 사실에 근접하게 보여줄지를 고민했다"며 "시나리오를 작업할 때도 픽션을 최소화하고 실제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으려 노력했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들을 연기한 만큼 배우들 역시 마음가짐이 남달랐다고 강조했다.
하정우는 손 선생을 두고 "민족의 영웅"이라면서 "손기정 선생님을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기 때문에 그분의 실제 성격부터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등 크고 작은 것들을 감독님께 다 여쭤보며 조심스럽게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두 선수에 관한 역사를 자세히는 알지 못했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큰 울림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서윤복 역을 맡은 임시완 역시 "서 선수는 대한민국 최초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된 분"이라면서 "이 작품에 참여하는 동안만큼은 (내가) 국가를 대표하고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강 감독은 두 배우가 각각 실제 손기정과 서윤복을 닮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촬영이 15%가량 진행된 상태에서 합류한 임시완을 처음 봤을 때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강 감독은 "첫 촬영 때 임시완 씨가 카메라 프레임에 잡힌 모습을 보고서 저도 모르게 '서윤복이 나타났다'고 중얼거렸다"면서 "제가 생각한 서윤복과 임시완의 일체감으로 인해 소름이 돋는, 굉장히 짜릿한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임시완은 현역 마라톤 선수의 외모를 갖춰야 하는 데다 달리기 장면도 많아 촬영 두 달 전부터 훈련에 매진했다.
그는 "마라톤을 해보는 게 처음이고 짧은 기간에 (마라토너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해서 코치와 계속해서 훈련했다"면서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 식단 관리도 병행해 쫀쫀한 근육을 만들었다"며 웃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남승룡 역을 맡은 배성우는 불참했다. 그는 '1947 보스톤' 촬영이 끝난 이후인 2020년 11월 음주운전이 적발되고부터는 기자간담회 등 각종 공식 석상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강 감독은 배성우가 등장하는 장면을 편집하거나 재촬영하지 않고 그대로 개봉하기로 했다.
강 감독은 이와 관련, "(편집으로) 남승룡 선생님의 삶의 궤적이 축소되거나 변형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민 끝에 작품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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