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 실습에 빨래·설거지까지…무료 노동 착취에 '소송' 제기
[EBS 뉴스12]
병원에는 의사와 간호사 외에도 이들의 업무를 돕는 간호조무사가 있습니다.
간호조무사가 되려면 특성화고 등을 졸업한 뒤, 780시간 동안 현장실습을 거치는데요.
명분은 교육이지만, 빨래와 설거지 같은 무임금 노동에 동원되는 사례가 상당한데, 참다못한 간호조무사들이 소송에 나섰습니다.
박광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간호조무사 시험을 치르기 전 산부인과에 실습을 나간 가은 씨.
현장에서 진료 보조 경험을 쌓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이렇다 할 교육과정도 없이 주로 허드렛일을 했습니다.
인터뷰: 김가은(가명) 간호조무사
"막상 가서 한 건 환자 안내가 거의 대부분이었어요. 빨래, 설거지 아니면 은행이나 약국 심부름 같은 잡무가 거의 대부분 루틴으로 계속 반복적이다 보니까, 이거를 하려고 780시간을 채우기에는 좀 너무 과도하다."
병원 잡무부터 직원들 심부름까지 하며 다섯 달 동안 일했지만, 임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가은(가명) 간호조무사
"지원 같은 건 일체 없었어요. 제가 그래도 그나마 받았던 건, 채혈 주사에 좀 찔린 적이 있었는데 그거에 대한 관련 검사를 하거나 진료비를 만 원 깎아주는 정도. 사실상 해 준 건 없죠."
간호조무사가 되는 자격시험을 치르기 위해선 반드시 병원에서 현장실습을 해야 합니다.
실습 시간은 최소 780시간에 이르지만, 보수를 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실습 과정은 교육의 일환이어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섭니다.
실제, 지난해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이 간호조무사 실습을 했던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72.5%는 실습지원비를 전혀 받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실습지원비를 받았다 해도, 월 평균 31만 원에 그쳤습니다.
결국 간호조무사 2명이 실습했던 병원을 상대로 최저시급에 맞춰 임금을 달라는 소송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임정은 간호조무사 (임금 청구 소송 진행)
"결국엔 이 실습제도의 문제니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는 소송을 먼저 걸어서 실습생들의 그런 열악한 환경 현실 그런 것들이 이제 계속 가시화되면서 제도적으로 좀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존 판례나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을 보아도, 교육보다 노동에 가까운 일을 할 땐 근로자로 보기 때문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인터뷰: 김진형 변호사 / 법무법인 가로수 (임금 청구 소송 진행)
"교육적 목적보다는 오히려 근로의 목적 그러니까 사용자의 이익을 위한 이익 창출을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고…."
병원 실습을 해야 치를 수 있는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엔 지난해에만 4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지원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만 6천여 명이 지원했습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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