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보스톤’ 실화의 힘, 秋 극장가 잡을까[스경X현장]

영화 ‘1947 보스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하정우, 임시완, 김상호, 강제규 감독(왼쪽부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광복 이후 독립정부가 세워지기 전 혼란한 시기에 세계대회에 나가서 원대한 꿈을 펼쳐보자는 손기정, 서윤복, 남승룡 세 마라토너의 열정과 희생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의 시대정신이 지금 힘들게 살고있는 많은 국민과 관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겠나 그런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픽션을 최소화하고 실제 이야기를 담는 데에 집중했습니다.”(감독 강제규)

실화의 힘에 집중했다. 광복 직후 모든 게 피폐하고 혼란스럽던 1947년, 메달을 따서 행복을 이루려던 세 마라토너의 시대정신을 강제규 감독과 하정우, 임시완, 김상호 등이 뭉쳐 전달한다. 영화 ‘1947 보스톤’이다.

배우 하정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3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서 진행된 ‘1947 보스톤’ 제작보고회에서는 강제규 감독을 비롯해 하정우, 임시완, 김상호 등이 참석해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8년 만에 신작을 내놓는 강제규 감독은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니까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된다. 한국영화계나 업계 전체에 팬데믹 이후 여러 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더 긴장되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1947년 당시를 생생하게 구현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며 “당시 마라톤 코스 42.195km 를 어떻게 구현해내고 생생하게 보여줄 것인가. 임시완을 어떻게 하면 서윤복 선수처럼 보이게 할까. 마라톤을 어떻게 하게끔 할까. 그런 부분이 이 영화의 집중도를 올리는 핵심이 아닐까 싶어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배우 임시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손기정 역을 맡은 하정우는 “손기정 선생 생각하면서 촬영에 임한 기억이 난다. 굉장히 외곬수고 끝맺음이 확실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실존인물이라서 한마디 한마디 뱉는 게 조심스러웠고, 감독에게 많은 질문을 하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 성수기 대전 ‘비공식작전’의 실패에 대해 속상했다고 토로하면서도 “고배를 마신 게 처음은 아니라서 추스리고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또한 ‘1947 보스톤’은 드라마가 굉장히 센 작품이고 나 역시 손기정 선수 역 맡아 가슴이 웅장해졌다.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내 마음을 관객에게도 전달되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겨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윤복 역의 임시완은 이 작품으로 인해 실제 ‘러닝’이란 취미생활을 갖게 됐다며 “경각심을 많이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던 지점은 서윤복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는 것처럼 비록 작품일지라도 이 작품에 임할 때만큼은 나도 국가대표라고 생각하고 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국가대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작품을 할 때만큼은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걸 잊지말자고 생각했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1947 보스톤’ 감독과 출연진, 사진제공|연합뉴스

음주운전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한 배성우의 출연분량에 대해, 강 감독은 솔직히 부담이 있다고도 했다. 강 감독은 “그 문제는 굉장히 속상하고 안타깝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 사건을 접하고 과연 영화를 어떻게 해야하나 굉장히 버겁고 힘들었던 건 사실이었다”면서도 “1947년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고 영화로 충분히 녹여져 있는데, 어떤 특정한 사실 때문에 선생들의 삶의 기록이 축소되면 안될 거로 생각했다. 이 작품이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감독이 할 일이라 생각했다. 세 사람을 위한 예의라고 느껴 그 기조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다음 달 27일 개봉한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