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민항쟁' 단식에 與 "방탄 단식"(종합)

3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단식 선언
김기현 "거야 대표 정기국회 앞두고 민생 발목"
박수영 "범죄혐의자의 궁색한 몸부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31일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부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무능폭력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국회 본관 앞 천막에서 단식에 돌입했지만 국민의힘은 즉각 ‘방탄 단식’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 계단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박광온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등이 함께 했다. 김정록 기자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첫째, 대통령은 민생 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하여 국민께 사죄하고 국정 방향을 국민 중심으로 바꾸라. 둘째,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국제 해양재판소에 제소하라. 셋째 전면적 국정 쇄신과 개각을 단행하라”고 밝혔다.

자신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사법리스크’라는 단어보다는 ‘검찰 스토킹’이라고 강조하며 “2년 가까이 40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통해 그야말로 먼지 털듯 털고 있지만 단 하나의 증거도 없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를 목표로 해서 정치적 공세를 벌이는 것을 갖고 왜 정치적 공세를 당하느냐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단식 중 체포동의안 표결이 부쳐질 경우에 대한 질문에 그는 “여러분은 이게 구속할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시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백현동 식품연구원, 대통령이 두 차례나 회의에서 지시한 사항”이라며 “식품연구원을 콕 집어서 도시계획규제 해제하라, 용도변경해서 팔게해라 지시했다”고 말했다.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이런 걸 갖고 영장청구를 한다고요. 그런 가정 자체에 대해 의심을 갖고 합리적으로 판단해보시는 것을 부탁 드린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과 관련해선 “다시 (제가) 제안하지는 않겠지만 필요하면,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응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 계단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 대표 사퇴론과 계파갈등 문제에 대해선 “정당의 본질은 다양성이다. 우리 안에 현 지도체제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경우가 당연히 있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침소봉대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가 윤석열 정권을 향한 항쟁 수단으로 단식을 택했지만 여당은 이를 ‘방탄용’으로 폄하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전남 순천 현장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삶을 돌봐야 하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웬 뜬금포 단식인지 모르겠다”고 맹비난했다.

김 대표는 “제1야당 당 대표가, 그것도 거대 야당을 이끌고 있으면서 직무유기를 하겠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라며 “정 자기 사법 리스크가 두렵고 체포동의안 처리가 두려우면 그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면 되는데 왜 자꾸 민생 발목잡기를 하는 지 참 답답하다”라고 꼬집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대체 무엇을 위한 단식인가. 결국 자신을 향한 법의 심판이 다가오니 어떻게든 관심을 돌려보기 위해 가장 치졸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전방위적인 사법처리에 더 이상 도망갈 곳 없는 범죄혐의자의 궁색한 몸부림일 뿐”이라며 “이 의원은 본인의 범죄행위로 인한 사법절차 진행을 방해하기 위해 사법절차를 어떻게든 정쟁화하려고 하고 있다.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 당당히 소환에 응하겠다던 약속이 예상대로 허언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