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예방 위해 자료 공개한다는데…“공개범위 좁아질까 우려”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개요·원인 등을 담은 ‘재해조사 의견서’ 공개를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개 범위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있어 재해조사 의견서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노동부는 31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재해조사 의견서 공개를 위한) 의원입법안 2건이 발의돼 있다. 발의된 법안을 토대로 법 개정을 통해 재해 원인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 재해조사 의견서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해조사 의견서는 중대재해 원인, 예방 대책 등을 정리한 것으로 산업안전보건공단 직원이 작성한다. 근로감독관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수사 시 이 의견서를 참고한다. 그간 시민사회는 재해조사 의견서를 공개해 동종·유사 사고 방지를 위한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지난 3일 각각 대표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다. 노웅래 의원안은 노동부가 재해조사 의견서를 3개월 내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안으로 볼 수 있는 임이자 의원안도 재해조사 의견서 공개 근거를 담고 있지만 노웅래 의원안에 비해 공개 범위가 좁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해당 사건에 대한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 공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둬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만 공개하도록 했다.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항’도 비공개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시민사회에선 다른 기업이나 노동자·안전보건 연구자가 재해조사 의견서를 보고 재발 방지 교훈을 얻으려면 비공개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은 “기소된 사건만 공개할 경우 산안법 위반은 없더라도 구조적 미비점이 있어 사망사고가 난 사례를 확인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 생명·안전과 관련된 일엔 단서를 두는 것엔 신중해야 한다. ‘영업비밀로서 공개 시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라는 자의적 기준으로 기업이 비공개를 요구할 빌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재해조사 의견서 공개는 예외를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재해조사 의견서는 사망사고만 조사대상으로 삼는 한계가 있다. 노동부가 외부에서 분석 가능한 형태로 산재통계 원자료를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노동부가 법 개정을 통하지 않고 ‘적극 행정’으로 재해조사 의견서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 이사장은 “현행 산안법에 중대재해 원인을 조사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만큼 노동부가 행정적 의사결정을 통해 의견서를 공개해야 한다”며 “오히려 법이 공개와 관련된 세부사항을 규정하면 그것에 얽매이는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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